압구정 현대·대치 은마·반포자이·마래푸·경희궁자이 등
전국 집값 하락곡선 불구,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은 올해 경쟁률 더 치솟을 듯

1970년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및 대치동 은마아파트 분양광고
1970년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및 대치동 은마아파트 분양광고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전국 아파트 가격이 1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보통의 월급쟁이에게 내집마련의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건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대장주로 불리는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들이 과거 분양당시 미분양 땡처리 시절의 자료가 회자되며 누리꾼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져 눈길을 끈다. ‘서울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진리였구나’, ‘이때 집을 샀어야 했다’는 결과론적 탄식도 쉽게 볼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다. 압구정 현대는 주거환경이 우수해 인근 시세를 넘어 국내 주택시장 전반의 시황을 주도한다. 최근에는 국내 유수의 건설사들이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하고자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대장단지에도 흑역사는 있기 마련이다. 분양당시인 1970년대 중반 기준 30평대 분양가가 860만원, 60평대 1770만원으로 지금 생각하면 매우 저렴한데 미분양난 것이다.

그러나 미분양이라 해서 마냥 얕잡아 볼 수만은 없는 게 그 당시 기준으로는 상당히 고가였다. 일례로 1975년 1월 기준 공무원의 평균 급여가 수당 포함 4만800원이었다. 여기서 연금과 각종 세금 등이 덜어지면 실수령액은 3만4000원대였다. 공무원이 월급을 단 한 푼도 쓰지않고 23년 이상 모았을 때 압구정 현대 30평대 집을 가까스로 살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같은 시기 병사급여를 보면 이병이 1040원, 일병이 1170원, 상병이 1370원, 병장이 1560원 수준이었던 점에 비하면 더 어마어마한 가격이었다.

또한 세간에 잘 알려졌듯 이 아파트는 특혜분양으로 누구나 쉽게 분양받을 수 없기도 했다. 당시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50가구 이상의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자는 공개 분양해야 했지만, 현대의 무주택 사원에게 공급할 예정이었던 주택 상당수를 정부 관리, 국회의원 등 고위급 인사에게 특혜 분양한 것이다.

지금은 한강변 선호 트렌드에 재건축 이슈까지 겹치며 집값이 억 소리나게 높아졌다. 구 60평대인 전용 196㎡ 타입이 지난달 8일 80억원에 실거래됐는데, 이는 약 49년 전 분양가에 견주어보면 4만5000% 가량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국내 재건축 1번지라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분양당시인 1970년대 후반 미분양을 겪었다.

서초구에서 대장으로 꼽히는 단지들도 미분양 시기를 겪은 바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0여년 간 반포의 대장주는 반포래미안퍼스티지(반포주공2단지 재건축)와 반포자이(반포주공3단지 재건축)로 꼽혔고, 국내 공동주택 거래가 중 3.3㎡당 1억원을 최초로 돌파한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는 약 5년여 기간 동안 주목받았는데, 모두 잔여세대 소진에 애를 먹었다.

2008년 10월, 6월로 같은 해 분양한 반포자이는 분양 당첨자의 약 40%가 계약을 포기했고 래미안퍼스티지는 3순위까지 일반분양 청약을 시도했으나 완판에 실패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투자시장에 빨간불이 켜져서다. 이에 두 곳 조합 및 시공사들은 강구책으로 미국 뉴욕과 뉴저지 등에서 해외교포 대상 투자설명회를 열고, 원화가치는 하락한 반면 환율은 상승해 높은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땡처리 판매에 나섰다.

그 결과 공급을 시작하고 만 1년이 되던 이듬해 6월께 미분양 소진을 완료했다. 두 단지 모두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 기준 11억원대에 공급됐는데 올 1월 36억2000만원에 거래된 점에 견주어보면 15년 새 25억원 가량 뛰었다.

아크로리버파크도 미계약 잔여세대를 털어내기 위해 2013년 59㎡ 타입 기준 2000만원, 84㎡ 기준 3000만원, 그 이상은 4000만원의 신청금을 낸 이들에게 선착순으로 동호수 우선결정권을 줘 가까스로 분양을 마쳤다.

강남이 이러니 강북에서는 미분양이 더 많은 건 당연지사다. 강남3구 다음으로 꼽히는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의 대장주로는 2012년 5월 분양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꼽힌다. 이곳도 분양시점인 지난 2012년 경쟁률이 0.42대 1에 그치며 200가구 이상 미분양으로 남게 됐다. 그 결과 조합은 할인분양에 나서 약 10여년 사이 분양가 대비 시세는 3배 이상 올랐다. 강북의 또 다른 대장주로 꼽히는 경희궁 자이도 마찬가지다.

공지대에 초고층 부촌으로 새로운 부동산 역사를 써내려가는 성동구도 비슷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오정연이 계약금 1억4000만원으로 성수동 트리마제를 매입한 사연을 공개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흥 부촌으로 손꼽히는 트리마제는 현재 3.3㎡ 당 1억원을 호가하는 고급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린다. 

결과론적이지만 이 같은 전례를 보면 미분양난 단지도 다시 보는 게 중요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적어도 올해 서울에서는 미분양 날 단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 간 공사비 급등으로 분양가가 오르며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강남3구는 되레 수백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게다가 투자 커뮤니티 활성화 등으로 과거와 달리 투자정보 접근성이 매우 좋아졌다는 점도 청약 수요의 운집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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