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비례의석수 더 확보하기 위해 만든 정당···국민 입장에선 필요 없어
여야 합의 어려운 씁쓸한 정치현실 가운데 탄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우리도 위성정당을 준비하고 있다. (중략) 180석을 가진 당이 야합해서 이런 제도를 만들려고 한다. 여기에 대비책이 없어야 하나?”

지난달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승적으로 위성정당을 철회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상대 당에서 뻔히 하는데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설명한 것입니다.

이제 총선이 그야말로 한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나란히 각각 ‘국민의미래’, ‘더불어민주연합’ 이라는 위성정당을 준비해 총선에 임하는 모습입니다. 국민의미래엔 국가대표 사격선수 진종오, 김행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더불어민주연합’엔 용혜인 새진보연합상임대표,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소장 등이 비례대표 출마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져 이슈가 됐습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의대 증원 주장에 힘을 실어온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국민의미래에, 김윤 서울대 교수는 아이러니하게 한동훈 위원장이 비판했던 더불어민주연합에 각각 출마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뉴스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위성정당’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고 질문하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언론보도에선 기본적으로 다들 알 것이라는 가정 하에 보도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이 참 많은 듯합니다. 이번주는 위성정당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보려 합니다.

◆위성정당은?

위성정당에 대해선 ‘다당제 구색을 맞추기 위한 정당’ 등 여러 설명이 있지만 한국 현실에 비춰 해석하자면 단순히 그런 뜻으로만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거대 양당이 선거에서 더 많은 의석수를 얻기 위한 일종의 꼼수 성격이 있는 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은 총선 때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이 모두 선출되게 돼 있죠? 이 때 현재 선거법으론 하나의 당으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모두 공략하는 것보다 당을 나눠서 한 쪽은 지역구, 한쪽은 비례대표에 집중한 다음 나중에 통합을 하든 협력을 하든 하는 것이 의석수 확보에 유리한데 이를 위해 만드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 3정당과의 차이는?

제 3정당은 기존 여당, 제1야당과 별도의 길을 가는 정당인만큼 위성정당과는 아예 존재 이유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간혹 제 3당이 여당 혹은 거대야당과 의견을 같이한다고 해서 위성정당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해외에도 위성정당 있다?

외국에도 위성정당이 있지 않느냐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상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에선 보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위성정당이 있는 국가는 다 내각제이고, 또 원래는 내각제에서 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대통령제 하에서 위성정당을 운영하는 국가는 우리뿐이고, 군소정당을 원내 진입시키기 위한 명분은 과거 사례를 놓고 보더라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당들이나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하려는 이들에겐 몰라도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엔 사실상 존재 별로 필요 없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괜히 단순하고 명쾌해야 할 선거를 복잡하게 하고 사실상 양당에 대한 투표를 나누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양당이 서로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너무 강한 가운데 합의를 이루기도 어려운 치킨게임 상황이 이어지자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헌법적 근거가 없는 위성정당을 창당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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