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배당보다 더 강력한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
박철완 측 주주제안 직후 소각 발표···금호석화 “주주가치 제고 목적 소각”

서울 중구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 사진=금호석유화학
서울 중구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 사진=금호석유화학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금호석유화학이 보유 자사주 절반을 소각한다. 증권 시장에서 유통 중인 주식을 줄여 주가 상승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보유 자사주의 50%에 해당하는 보통주 262만4000주를 2026년까지 분할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약 3790억원 규모로 금호석화 전체 주식의 9.2%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해 소각할 자사주는 87만5000주다. 예정 금액은 1290억원 수준이다. 소각 예정일은 이달 20일이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다. 실제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 주식을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소각으로 주식 총량이 감소하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줄어들면서 주가 인상이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증권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당시 많은 기업들이 주가 방어를 위해 택한 수단이기도 하다. 선진국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배당보다 더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으로 평가한다.

일각에선 금호석유화학의 자사주 소각 결정이 최대 개인 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와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본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계속해온 인물이다.

앞서 금호석화 지분 9.1%를 보유한 박 전 상무는 차파트너스에 주주 제안권을 위임해, 자사주 전량 소각을 위한 정관 변경을 요청했다. 현재는 자사주 소각이 이사회에서 결의하도록 명시돼 있는데, 주주총회 결의로도 소각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꾸자는 주장이다. 자사주 소각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기 위해서다. 

단, 자사주 소각량이 많아진다면 기업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이로 인해 회사 측은 박 전 상무 등의 요청에 우선적으로 ‘절반 소각’이라는 움직임으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석유화학은 “배당이 가능한 이익 범위 안에서 취득한 자기주식을 상법에 근거해 소각하기로 했다”며 “자사주 소각을 통한 자본금 감소 등은 없다. 박철완 전 상무 및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을 의식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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