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건 중 5건 표절 의혹”···탐사보도 매체 셜록, 법무부 등 상대 논문 전체공개 요구
법원 “공개 시 직무수행 현저히 곤란···심사위원 정보도 비공개 대상”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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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검사가 정부의 예산으로 수행한 국외훈련과정 이후 작성한 연구논문 전문을 공개해달라는 공익소송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됐지만, 법원은 논문정보가 공개될 경우 관련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 부장판사)는 탐사보도 전문매체 ‘셜록’이 법무부장관과 법무연수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지난 5일 대부분 기각했다.

이 소송은 검사의 국외훈련 논문 부실·표절 의혹을 제기해 온 셜록이 2016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국외훈련을 다녀온 검사(총 497명 추정) 전체가 작성한 연구논문 전문 등을 공개하라며 제기한 사건이다.

법무부는 외국의 선진 법을 배우고자 검사들을 대상으로 ‘국외훈련’ 제도를 운영 중이다. 국외훈련에 드는 입학금·등록금·체재비·부담금 등 비용은 세금으로 지급된다. 최근 7년간 검사 497명에게 지원된 세금은 303억원으로, 단순 계산으로 검사 한 명당 평균 6100만원을 지원받았다.

셜록에 따르면, 법무연수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논문 84건(2019년~2021년 발행) 중 5건에서 부정·부실이 의심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타인의 연구논문을 표절(표절률 93%)하거나 석사논문 자기표절(표절률 86%), 선배 검사 논문 표절(표절률 42%) 등 다양한 표절 양상을 보였다.

셜록은 법무연수원이 선별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나머지 논문 전체를 검증할 목적으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논문정보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 및 재판에 관한 정보에 해당하지 않아 비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게 법률적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논문정보가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외훈련 대상자에게 부여되는 연구과제는 대부분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등에 관한 내용으로 통상 공개를 전제하지 않은 채 수사·공판 실무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작성됐다”며 “여과 없이 공개될 경우 수사 등 활용에 어려움을 겪거나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의 사익을 위해 악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검사 연구논문이 법무부나 검찰의 내부통신망에 게시되도록 규정이 존재하고, 법무연수원장도 일부 연구논문을 논문집 또는 법무연수원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도 한다며 비공개 근거로 삼았다.

심사위원 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청구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연구논문의 평가는 개별 심사위원이 보유한 고도의 전문적 식견과 학식 등에 근거해 이뤄지고 객관식 시험과 달라 평가 결과에 관한 시시비비가 이어질 우려가 매우 크다”며 “(공개 시) 평가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위원정보 공개 시 외부로부터 부당한 압박 또는 비난을 받을 우려, 잠재적인 심사위원 후보들이 위촉을 거부해 심사위원회 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 등도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국외훈련을 다녀온 검사의 학위취득현황은 개인정보로 볼 수 없다며 법무부의 비공개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다른 정보와 결합할 경우 해당 검사를 비교적 쉽게 특정할 수는 있으나, 이 사건 학위정보가 공익과 무관한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설령 사생활의 비밀이 일부 침해되더라도 공개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국외훈련 운영성과의 투명성 제고, 국가예산의 재정 건전성 확보 등의 공익이 더 크고 중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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