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처방, 단기간 검토 어려운 중장기과제···대체조제는 시행 가능, 활성화 적어
대체조제 시행 장벽은 의사와 약사 직역간 갈등···의사 대상 사후통보가 번거롭고 불편
복지부, 사후통보 절차 간소화 추진···의협 “약화사고 책임 소재 불분명” 주장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의료대란으로 성분명처방과 대체조제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료계 압박책의 하나로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한다. 현실적으로 성분명처방은 적지 않은 검토와 연구가 필요한 중장기과제다. 반면 대체조제는 현재도 시행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정부 의지에 따라 활성화가 결정된다는 지적이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후 출근을 거부하는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강경책과 회유책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의대 정원 확대 2000명 수치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는 전제하에 의사들을 달랠 수 있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의사 권한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데 이중에는 성분명처방과 대체조제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성분명처방이란 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처방할 때 기존 상품명 대신 해당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제도를 지칭한다. 현재처럼 모 제약사 모 품목으로 특정하지 않고 모 성분으로 처방하는 것이다. 상품명으로 처방하는 현재 시스템을 성분명처방으로 전환하면 제약사에 대한 의사들 장악력이 낮아지며 대신 약사들 권한이 늘어나는 시스템으로 풀이된다. 

단, 이같은 성분명처방은 현재 논란이 이어지는 의대 정원 확대만큼 의사들에게 중요한 사안으로 분석된다. 이에 장기간 연구와 준비를 거쳐 신중하게 검토할 사안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매년 국정감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안이 성분명처방인데 처방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핵심사안”이라며 “의사들 반대도 고려해야 하지만 시간을 갖고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꼼꼼한 체크가 필요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성분명처방의 현실적 대안으로 빈번하게 거론되는 것이 대체조제다. 대체조제란 처방전에 제시된 의약품 대신 효능과 효과가 동일하다고 판단되는 다른 전문약으로 조제하는 일을 지칭한다. 이같은 대체조제는 현재 규정상으로도 시행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 약사들이 꺼리는 분위기가 있어 복지부가 활성화를 강조할 정도로 시행 사례가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개국가에서 대체조제가 활성화되지 않은 원인에 대해 약사들은 절차가 번거롭고 불편하다는 점을 호소한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 양천구 소재 약국 약사 B씨는 “처방이 많은 대형품목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품목은 대체 상품도 찾아야 하고 사후통보도 번거로운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약사가 대체조제를 한 경우 전화나 팩스, 전자메일로 의사에게 사후통보를 해야 한다. 시점은 대체조제 이후 1일 이내다. 단, 부득이한 경우 3일 이내 하면 된다. 

하지만 실제 대체조제가 활성화되지 않은 핵심 사유는 흔히들 일컫는 ‘직역간 갈등’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거래 약국을 다니다 보면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더 약사들이 의사들 눈치를 본다”며 “의사들이 약품 처방권은 물론 약국 선택권까지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도 “최근에는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의사가 환자에게 약국을 지정, 논란이 된 적이 있다”며 “약사 입장에서는 굳이 의사와 불편하게 지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체조제를 활성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약에 따르면 지난 19대 국회에서 모 의원이 약사가 의료기관에 하던 대체조제 사후통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변경하는 법안을 제출한 후 이와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계속 발의된 상태다. 다음 달 10일 제22대 총선거가 종료되면 짧은 기간이지만 21대 국회에서 검토가 가능하고 이어 22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와 논의가 기대된다는 대약 설명이다.  

복지부도 대체조제 정책 핵심을 사후통보 간소화에 중점을 둔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사가 의사에게 대체조제 사후통보를 하는 현재 방식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 제출됐던 법안처럼 약사의 사후통보 대상을 변경하거나 방식을 바꾸는 등 합리적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대체조제 정책은 총선을 목전에 둔 여당이 주목하는 사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성분명처방이나 대체조제는 의사 파업 관련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민하는 정책 대안 중 하나”라고만 언급했다.

이처럼 대체조제가 이슈화되자 의료계도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성분명 처방을 통한 대체조제 활성화 등을 발표하는 치졸한 의료계 괴롭히기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며 “2000년 의약정 합의 파기를 의미하기도 하는 성분명 처방을 통한 무분별한 대체조제 활성화가 이뤄지면 약화사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국내 제약산업 왜곡은 심화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의사와 약사 직역간 갈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던 대체조제 정책에 대한 논의와 검토가 활발한 상태로 파악된다. 정부가 어떤 방식이든 현재보다 활성화된 대체조제 사후통보를 추진하고 있어 검토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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