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이어 코빗 수수료 무료 정책 중단
업비트, 유출된 다수 인원 흡수하며 시장 선두 유지 주력
시장 점유율은 실적 직결 요소···업계 최저 수준 수수료율 제시한 거래소별 대응 행보 관심
유료화 전환 이후 점유율 하락 추세···근본적인 해법 찾아 안정적 입지 다질 수 있을지 주목

가상화폐거래소 시장 점유율 현황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가상화폐거래소 시장 점유율 현황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이 거래 수수료를 유료화로 전환한 데 이어 코빗도 수수료 무료 정책을 중단했다. 두터운 이용자층을 구축한 업계 1위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가 유출된 다수 인원을 흡수하면서 시장 선두 위치를 더 공고히 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반면 무료에서 벗어나 각자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을 제시한 거래소들은 시장 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빗은 자사 웹페이지 공지를 통해 "그간 진행했던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종료하고 수수료 정책을 개편한다"고 밝혔다. 신규 수수료 정책에 따라 현재 코빗은 모든 거래를 대상으로 수수료 0.07%가 부과하고 있다. 코빗은 이용자 유입 등을 목표로 지난해 10월 20일부터 수수료 무료 행사를 실시해왔다. 

앞서 빗썸도 지난해 10월부터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수수료 전면 무료화를 실시했다가 약 4개월 후인 지난달 5일부터 다시 거래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거래 수수료는 0.04%로 업비트(0.05%)보다 낮은 국내 최저 수준이다.

이처럼 가상화폐거래소들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유료로 전환한 배경으로는 내부적으로 수익성 악화로 무료 정책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수수료 매출이 영업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포기하면서 사업을 지속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빗썸으로부터 시작된 가상화폐거래소들의 무료 수수료 경쟁이 조만간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고팍스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유에스디(USDC) 코인 등 주요 4개 코인에 한해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내부적으로 무료 수수료를 폐지할 시점과 수수료율 수준을 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가상화폐거래소 수수료율에 대한 국내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업체가 자율적으로 수수료율을 정하고 필요 시 수수료율 인하 등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 등 해외 국가도 마찬가지다.

잇따른 가상화폐거래소들의 수수료 유료화 전환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최저 수수료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빗썸은 최저 수수료를 등에 업고 거래량 확보 경쟁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코빗 역시 거래 금액의 일부를 돌려주는 '메이커 인센티브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업계 최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코빗 측은 "테이커 거래 기준 기존 0.2%이던 수수료율은 0.07%로 인하했다"며 "메이커 거래는 고객에게 거래금액의 0.01%를 돌려주는 메이커 인센티브 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테이커 거래'와 '메이커 거래' 종합 고려 시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커 거래는 매수 주문 시 체결 가능한 호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문하거나, 매도 주문 시 체결 가능한 호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문하는 것을 뜻한다. 즉시 체결되지 않는 주문을 만드는 만큼 호가창에 유동성을 풍부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테이커 거래는 매수 또는 매도 주문 시 즉시 체결 가능한 호가와 동일한 가격으로 주문하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가상화폐거래소들이 수수료 전면 무료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끝내고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 정책을 꺼내든 만큼 어느 때보다 시장 점유율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고 보고 있다. 실제 한 때 점유율 40%대까지 치솟으며 잠시나마 업계 1위를 탈환하기까지 했던 빗썸은 무료 정책 종료 이후 전반적인 시장 점유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 데이터 분석 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일거래량 5대 가상화폐 시장 점유율은 ▲업비트 86.57% ▲빗썸 11.84% ▲코인원 1.43% ▲코빗 0.14% ▲고팍스 0.02%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점유율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진 상태다. 가상화폐거래소 1위 업비트 입장에서는 타 거래소의 거래량을 곧바로 흡수할 정도로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한다. 반면 다른 가상화폐거래소들은 유료화 전환 이후 점유율 하락에 따른 대응 행보가 중요한 당면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 수수료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며 "무료 수수료 정책으로 끌어올린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 안정적인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