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지구, 초고층으로 한강조망 확대···“미래 가치 극대화”
1지구 50층 미만 재개발 선택 “사업 속도·분담금 최소화 전략”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성수전략정비구역 각 지구가 ‘초고층’(77층)과 ‘준초고층’(49층) 사이에서 다른 길을 가는 모양새다. 4지구는 최근 77층 재개발을 선택했다. 초고층 개발로 인해 한강 조망권이 확대되면 실보다 득이 더 많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1지구는 사업 속도와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50층 미만 재개발을 결정했다. 두 사업지가 각 사업성을 비교할 가늠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에선 조합원들이 77층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합원 대상으로 최고 층수 등에 대한 전자투표를 실시한 결과 조합원 450명(59.7%)이 투표에 참여해 359명(79.8%)이 ‘초고층 77층’, 88명(19.6%)이 ‘준초고층 49층’을 선택했다. 앞으로 2회에 걸친 설문조사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사를 확인해 층수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초고층을 선택한 건 준고층과 비교해 공사비 상승폭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4지구는 초고층으로 지었을 때 준초고층 대비 공사비가 20% 증가하는 선에 그칠 것으로 봤다. 조합이 추산한 3.3㎡당 공사비는 49층 1000만원, 77층 1200만원이다. 조합 관계자는 “2040 서울플랜의 35층룰 폐지와 급격히 오른 공사비로 인해 층수 논란이 일고 있긴 하지만 층수로 인한 가격 차이는 알려진 만큼 크지 않다”며 “오히려 공사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층수와 같은 구조나 외장재의 차이보다는 내장재 등 고급화로 인한 비용이다”고 말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49층과 77층 사업성 비교표  / 자료=조합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49층과 77층 사업성 비교표  / 자료=조합

초고층으로 인한 한강 조망권 확대도 층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4지구는 49층 이하로 지었을 때 7개 동 이상으로 지어야 하며 조합원 30%는 완전한 한강조망이 아닌 ‘사이 조망’을 가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70층 이상일 때는 5개 동 이하로 지을 수 있어 거의 모든 조합원이 ‘파노라마 한강 조망’이 가능해진다. 조합은 전용 84㎡ 기준 자산가치가 77층 선택 때 47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49층 선택 때 33억원을 추산한 것보다 40% 이상 집값을 더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반분양 가구에 한강 조망을 확보해 분양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분양 수익은 3.3㎡당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려 4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종합적으로 49층 대비 77층은 분양수익이 4000억원 늘어나는 반면 비용은 3700억원 증가해 분담금에 차이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정영보 4지구 조합장은 “성수는 한강변 중 유일하게 300미터까지 고도를 열어주고 마음대로 지을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해준 지역이다”며 “77층으로 지었을 때 추가 부담금이 생길 수도 있으나 ‘초고층화 투자’로 더 깨끗한 한강뷰가 생긴다면 그 가치는 공사비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공사 간의 경쟁을 통해 공사비를 최대한 낮출 것이며 77층으로 더 깨끗한 한강조망과 랜드마크 프리미엄을 확보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드로잉 / 자료=조합

성수전략정비구역에선 층수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4지구에 앞서 1지구는 49층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 16일 조합 총회에서 523명(51%)이 ‘50층 미만 준초고층’을 선택해 ‘50층 이상 초고층’(47%)을 근소하게 앞섰다. 초고층 개발을 포기한 건 빠른 준공을 위해서다. 1지구 조합에 따르면 70층 건립을 추진할 경우 50층 미만에 비해 공사기간이 10개월 이상 미뤄지고 공사비도 1.2배 증가한다. 인허가 절차가 더 까다로운 만큼 변수가 생기면 언제든 사업 기간이 늘어질 수 있다. 공사 기간이 늘면 조합원들 입장에선 추가 분담금 부담도 커지게 된다.

나머지 구역도 각자 전략에 맞춰 층수가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 2지구는 70층 이상, 3지구는 최고 80층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2지구는 오는 8일 정기총회에서 ‘건축심의를 위한 아파트 주동의 최고 층수(안) 의결의 건’ 안건을 상정한다. 이날 총회에서 최고 층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3지구도 조합원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수전략정비구역 각 구역마다 미래 가치와 사업 속도·추가 분담금 등에 대한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며 “나머지 지구도 개발 방식을 두고 초고층과 준초고층 간 의견이 팽팽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한강변을 따라 노후한 저층 주거·상가들이 밀집한 성수동 일대 53만㎡ 부지를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하는 대규모 사업지다.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과 마주보고 있는 데다 영구 한강 조망이 가능해 한강변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1만가구 규모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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