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부회장 다시 사내이사로···글로벌 사업 기대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도 신규 이사 선임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철호 분당서울대병원 외래진료의사,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철호 분당서울대병원 외래진료의사,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DB손해보험이 현직 의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요양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이와 함께 DB손보는 13년 간 최고경영자(CEO)로 활약했던 김정남 부회장을 다시 이사회로 불러들이는 등 이사회 개편에 나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보는 최근 주주총회소집결의안을 공시하면서 주총에서 표결할 안건을 정했다. 총 14개의 안건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김철호 분당서울대병원 외래진료의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후보로 추천한 것이다. 현직 의사가 보험사 이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DB손보가 최근 요양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있는 만큼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장, 대한노인병학회장 등을 맡은 노인의학 분야의 권위자다. 노인환자를 종합적으로 돌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인포괄평가 지표를 개발한 바 있다. 2021년엔 고혈압 및 의학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고혈압학회에서 평생 공로상(Distinguished Fellow Award)을 수상했다. 

최근 보험사들은 ‘저출산 고령화’로 보험시장 자체가 축소될 위기에 직면하자 은퇴자의 노후 건강 관리와 돌봄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요양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DB손보도 실버타운 설립 등 요양사업에 진출한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초 정종표 DB손보 대표는 요양시설을 설립하기 위해 수도권 인근에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DB손보는 고령사회에 맞춰 상품 출시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요양실손보장보험을 개발해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바 있다. 장기요양 1~5등급을 받고 요양원이나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본인부담금에 대해 보장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출시되자 마자 한 달 만에 계약 건수가 1만건을 돌파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이 상품에 대한 규제를 내렸지만, 당국도 요양실손보험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고 있기에 DB손보는 상품 개정을 통해 판매를 계속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도 눈에 띈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13년 간 DB손보 CEO를 지냈던 인물이다. 그러다 작년인 2023년 정종표 각자대표직에서 내려오겠다고 선언하면서 사내이사 직함도 내려놨다. 이후 일 년 만에 다시 이사회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김 부회장은 사내이사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회사 경영 사안 전반에 대해 조언자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DB손보가 ‘백전노장’ 김 부회장을 다시 이사회로 불러들인 이유는 최근 보험업 시장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글로벌 사업 효과도 고려한 인사란 관측도 나온다. 김 부회장의 대표이사 재직 시절 DB손보는 미국 외에도 중국 안청보험 지분투자나 베트남 보험사 PTI 인수 등을 추진한 바 있다. 최근 DB손보는 베트남 손보사 VNI와 BSH의 최대주주에 오르는 등 베트남 및 인도차이나 지역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DB손보는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그는 관(官)·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정부와 금융당국과의 소통과 함께 금융업 전반에 대한 통찰을 기대한 인사로 풀이된다.  윤 회장은 77년 행정고시 21회로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재정경제부를 거쳐 2007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직까지 올랐다. 이후 2008년부터 3년간 IBK기업은행장을 맡았으며 2012∼2014년엔 하나은행과 합병 전 외환은행장도 지냈다. 

DB손보 관계자는 "김 후보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은 요양사업 강화를 위해서다"라면서 "김 부회장은 사내이사를 다시 맡아 이사들 간의 좀 더 원활한 의견 조율을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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