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열고 사업목적에 ‘중고차 매매업’ 추가 추진
전체 매출 10%가 상표권·배당금 “사업확대 염두”

HL홀딩스가 경기 화성시에서 운영 중인 신차 및 중고차 상품화 시설 플릿온 화성 센터의 전경. / 사진=HL홀딩스
HL홀딩스가 경기 화성시에서 운영 중인 신차 및 중고차 상품화 시설 플릿온 화성 센터의 전경. / 사진=HL홀딩스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HL홀딩스가 ‘사업형 지주사’로서 자체 수익 확대에 고심하는 가운데 최근 중고차 판매업에 눈독 들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L홀딩스는 오는 26일 경기 용인시 본사에서 제25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내 사업목적 추가 등 의안을 결의할 예정이다.

주총을 통해 중고자동차 매매 및 수출입업, 중고자동차 중개업, 통신판매 중개업 등 3개 사업을 정관에 추가할 계획이다. 중고차 매매·수출입과 관련 중개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7년 3월 별정통신, 부가통신 등 사업을 지주체제 운영 효율화 목적으로 추가한 후 7년만에 사업목적 추가를 시도한다.

HL홀딩스는 지난해 대기업 진출 제한이 해제된 중고차 판매업에서 수익창출 기회를 포착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하지 않은 후, 현대자동차그룹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기업의 해당 사업 진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14일 HL홀딩스는 중고차 사업의 일환으로 경기 화성시에 상업용 차량(fleet) 종합 서비스 시설 ‘플릿온(Fleet-On)’을 설립해, 현재 운영 중이다. 플릿온은 당초 기존 렌터카, 중고차, 차량공유 등 분야별 고객사를 대상으로 신차 검사(PDI), 중고차 재상품화 등을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롯데렌탈, 삼천리모터스(BMW 딜러사), 에이치모터스(볼보 딜러사) 등 주요 기업들이 고객사로서 플릿온 서비스를 받고 있다. HL홀딩스가 이달말 사업목적 추가 의안을 의결하면 고객사를 지원할 뿐 아니라 직접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HL홀딩스 관계자는 “향후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두고 사업목적 추가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HL홀딩스의 상표권(로열티)수익, 지분법수익, 배당금 합산액 추이.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HL홀딩스의 상표권(로열티)수익, 지분법수익, 배당금 합산액 추이.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매출 대비 계열사 거래 비중 10년째 30%대 유지

HL홀딩스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것은 자체 사업으로 유의미한 규모의 수익을 내는 지주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결단이다. 사업형 지주사는 별도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그룹사 수익을 각 사 지분 비중만큼 재무제표에 ‘가상의’ 실적을 기재하는 ‘순수 지주사’보다 기업가치나 시장 신뢰도를 높이기 유리하다. 자체 사업으로 실적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지주사 기업가치 강화의 관건으로 꼽힌다.

HL홀딩스는 지주사 전환 이듬해인 2015년 자동차 부품 유통·판매 분야 계열사 한라마이스터를 흡수합병한 후 해당 사업을 현재까지 주력 수익원으로 전개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자동차 부품 제조사 HL만도를 비롯한 고객사의 부품 물류 수요를 충족시키는 중이다.

HL홀딩스가 계열사 거래에 매출을 의존하지 않지만, 배당금과 같이 거래하지 않고 얻는 소득이 전체 실적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다. HL홀딩스 매출액 중 계열사로부터 창출한 수익 비중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33.6%를 기록했다. 지주사 전환 후 처음 회계연도를 온전히 지낸 2015년 35.5%에 이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상표권, 지분법이익, 배당금 등 거래하지 않고 계열사로부터 걷은 영업 외 소득도 최근 수년간 전체의 10% 안팎 비중을 차지했다. HL홀딩스의 자체 영업과 무관한 계열사별 사업성과에 따라 전체 매출 10분의1이 좌우되는 셈이다.

이뿐 아니라 HL홀딩스가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최근 수년간 이종(異種) 산업에 대규모 투자한 성과는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HL홀딩스는 그간 한국자산평가(금융업), 켐스필드코리아(생활용품), 누스케일(미국 소형모듈원자로), 에어레인(기체분리막), 신한벽지(친환경 벽지)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에 직접·간접적으로 투자했지만 수익 창출 여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자체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이 절실해졌다는 평가다.

남주신 교보증권 연구원은 “HL홀딩스가 자체 사업으로 올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내년까지 (실적 개선에) 중요한 것은 HL만도의 실적 회복 여부”라고 분석했다.

HL홀딩스의 2014년 1월1일 이후 지난 7일 10여년간 주가 추이. 2014년 9월 1일 HL만도(당시 만도)와 인적분할하고, 지주사(당시 한라홀딩스)로 재상장한 후 같은 해 10월 6일 주식거래가 재개됨에 따라 주가가 하향 조정됐다. / 사진=한국거래소
HL홀딩스의 2014년 1월1일 이후 지난 7일 10여년간 주가 추이. 2014년 9월 1일 HL만도(당시 만도)와 인적분할하고, 지주사(당시 한라홀딩스)로 재상장한 후 같은 해 10월 6일 주식거래가 재개됨에 따라 주가가 하향 조정됐다. / 사진=한국거래소

◇중고차 사업 노하우 없어···주가 10년간 하락세

HL홀딩스가 이번에 새롭게 진출한 중고차 판매업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기아도 기존 중·소규모의 중고차 업체와 상생하기 위해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HL홀딩스는 또한 먼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에 비해 사업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업 안정화를 위한 역량 확보가 지속 필요한 실정이다.

HL홀딩스의 신사업 추진은 주가 관리 전략과 연계돼 진행된다는 분석이다. HL홀딩스 주가는 지주사 전환 직후 재상장해 주식거래를 개시한 2014년 10월 6일 종가 기준 5만6800원을 기록한 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전날 3만4450원으로 장마감했다.

HL홀딩스는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2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고 매년 최소 주당 2000원의 배당을 실시하는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수행하며 주가를 부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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