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반덤핑 우회 꼼수 수출에 산업계 무방비
정부 법적근거 마련 이어 하위규정 손질·업계의견 청취 
“처벌규정 약해, 가장 높은 덤핑방지 관세율 고려해야”
“수입신고 정확하지 않으면 회피요인 작용할 수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반덤핑 규제를 교묘히 피한 글로벌기업 꼼수 수출에 우리 산업계가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정부가 제도 손질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시행 목표로 우회덤핑방지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데 이어 세부지침도 다듬고 있다. 업계에선 대체로 적절한 정책이란 반응이지만 처벌규정이 약한게 아니냔 반응도 나온다.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수입신고가 정확하게 이뤄지는게 필수적이란 조언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세계 각국이 반덤핑관세(정상가 이하로 수입되는 제품에 붙이는 관세)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이를 우회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편법적 수출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은 반덤핑조치를 우회하는 수입을 방지하기 위해 우회덤핑방지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은 우회덤핑조사가 2017년 2건에서 2022년 26건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법적 근거 미비로 우회덤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왔다. 덤핑방지조치를 우회하고 있단 의심이 들어도 기존 반덤핑조치 대상 수입품과 다른 사안으로 보고 새로 덤핑조사를 진행해야 해 산업피해 구제가 지연되단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우회덤핑 조사의 근거를 마련한 관세법 개정안을 제출,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고, 법안은 내년 시행 예정으로 현재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규정을 다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우회덤핑방지제도 관련 관세법 하위법령 주요 내용을 공개하고 섬유, 전기, 제지, 철강 등 산업계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회덤핑조사제도 설계에 관여한 윤영원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처음 원심조사를 했을 때 조사대상 물품 범위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빠진 물품을 나중에 추가한단 개념으로 접근했다”며 “미국이나 EU도 기본개념은 우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회덤핑 유형은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되는 물품의 공급국 안에서 본질적 특성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물리적 특성이나 형태 등을 변경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직권조사는 특별한 상황이 인정될 경우 산업부 무역위원회가 개시하고, 이 경우 기획재정부와 공급국 정부, 공급자 등에 통보토록 했다. 

조사를 신청하려는 자는 우회덤핑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잇는 자료 등을 제출해야 하고, 조사개시 여부 결정 기한은 30일(15일 연장 가능)로 했다. 조사수행시 기간과 관세부과는 관보게재일로부터 각각 6개월, 8개월을 원칙으로 하되 1개월 연장이 가능토록 했다. 이해관계인 자료협조 요청시 질의서 답변 기한은 40일 이상으로 하고 의견진술 및 협의기회를 부여하되 공청회는 따로 열지 않는다. 

우회덤핑방지관세는 해당 덤핑방지관세물품에 적용되는 공급자, 공급국별 덤핑방지관세율이나 기준 수입가격에 따르되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제출 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 조사나 자료 검증이 곤란한 공급자에 대해선 단일 관세율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표=정승아 디자이너
/표=정승아 디자이너

이재민 산업부 무역위원장은 “우회덤핑조사절차 특성에 맞게 신속한 조사 절차를 도입했다”며 “기존 덤핑 조사과정에선 무역위가 직권 조사를 개시할 수 없었지만, 우회덤핑 조사의 경우 특별한 상황이 인정되는 경우 무역위가 직권 조사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산업부 덤핑조사과장은 “시행규칙은 현재 입법예고 중이고, 미국, EU, 캐나다, 호주, 인도 등 5개국의 우회제도 신청 절차, 범주, 고려요소 등을 종합해 초안을 만들었다”며 “세부내용의 경우 우회 도피 범위를 사소한 변경에 한정해 도입하는 것 자체는 거의 다 찬성했으나, 우회 도피 범위를 넓혀 제3국 생산, 조회까지 포함하는 부분은 업계마다 의견이 달라 일단 사소한 변경으로만 한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우회덤핑방지제도의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보면서도 보완이 필요하단 반응이다. 우회덤핑방지책이 약한게 아니냔 지적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합판 업체 관계자는 “어치피 우회를 해도 결국 조사 이후 덤핑관세율을 소급받는다고 하면 오히려 우회 수출을 강조하는 식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며 “믿져야 어차피 10% 관세 그대로 부과받는 것 이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우회덤핑조사로 인한 결과는 페널티에 가깝기 때문에 공급국별 중에서 가장 높은 고율의 덤핑방지 관세율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관세청에 신고가 들어가면 관세청 특수조사과에서 업체에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과 우회덤핑방지제도가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제도 정착을 위해선 수입신고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단 조언도 나왔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수입신고의 정확성 문제가 상당히 중요한 요건”이라며 “우회덤핑조사가 실시되고 덤핑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수입신고를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상당히 많은 회피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철강 같은 경우 무관세 적용이 되다보니 현장에서 수입신고를 부정확하게 하는 사례가 많다”며 “수입신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하고 있는데 향후 덤핑방지제도가 활성화됐을 때 수입신고 정확성을 강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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