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실적 일제히 감소했지만 배당금 총액 비슷한 수준 유지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사전에 업황 악화 대응 주효
삼성카드 제외하면 비상장법인인데다 모회사 지분 비중 ↑
배당금 대부분 최대주주에 귀속···배당정책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다는 시각도 

주요 카드사 배당성향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주요 카드사 배당성향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지난해 실적 악화에도 대부분 전년 수준의 배당정책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년 대비 실적은 감소했지만 배당금 총액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배당성향은 오히려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충당금 적립을 통해 미리 업황 악화에 대응한 만큼 굳이 배당 규모를 축소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카드사의 경우 삼성카드를 제외하면 비상장법인인데다 모회사 지분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회사가 배당 정책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국내 8곳 전업카드사들의 배당금 총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8곳 전업카드사들의 올해 배당금 총액은 1조497억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지난해 배당금 총액(1조526억원)과 대비 0.3% 감소했지만 유사한 수준이다. 

문제는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배당정책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이 최근 공시한 지난해 연간 실적에 따르면 다수의 카드사들은 조달비용 부담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업황 악화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뒷걸음질쳤다. 현대카드를 제외한 7곳 전업카드사들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3020억원으로 전년(2조4016억원) 대비 4.1% 감소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 6206억원(-3.2%) ▲삼성카드 6094억원(-2.1%) ▲KB국민카드 3511억원(-7.3%) ▲하나카드 1710억원(-10.9%) ▲우리카드 1120억원(-45.3%) ▲BC카드 632억원(-41.6%)을 기록하는 등 대다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처럼 전체 순이익이 감소한 상황에서도 배당금을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다는 것은 사실상 배당을 늘린 것과 다름이 없다. 실제 배당성향은 지난해 평균 43.8%에서 올해 45.6%로 상승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배당금 총액 기준 규모를 확대한 카드사는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2566억원에서 올해 3104억원으로 배당금을 21.0% 늘리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배당금이 660억원이던 롯데카드도 올해에는 780억원으로 18.2% 늘렸다. 삼성카드는 배당금을 작년과 동일하게 2668억원으로 유지했다. 다른 카드사들의 경우 배당금 총액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배당성향이 오르면서 실제 배당 효과는 강화됐다. KB국민카드의 경우 배당금 총액은 전년 대비 147억원이 감소했지만 배당성향은 0.5%포인트 오른 52.7%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배경으로 카드사들이 업황 악화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2022년 중반부터 기준금리 상승으로 업황 악화가 예고됐던 만큼 카드사들은 충당금 적립 등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져 신한카드는 전년보다 57.4% 증가한 8826억원을,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도 70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았다.

일각에서는 상당수의 카드사들이 금융지주사의 완전자회사라는 점도 배당정책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지주사의 경영 전략이나 재무 계획을 따라야 하는 입장에서 배당성향을 마음대로 축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배당금 대부분이 최대주주로 귀속되면서 정책 수립에 있어 애초 배당을 안하거나 줄이기는 어렵다. 특히 은행계 카드사인 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배당금은 모두 지주사가 수령한다. 은행계 카드사는 지주사가 전액출자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카드사들도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다. 삼성카드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71.86%의 삼성생명이다. 올해 삼성생명이 삼성카드로부터 가져가는 배당금은 1917억원이다.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가 36.96%, 현대커머셜이 34.6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한 BC카드는 최대주주인 KT가 69.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전년 순이익을 기준으로 배당금을 결정하지만 순이익이 좋든 나쁘든 배당을 안할 수는 없다"며 "주주환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배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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