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전·현직 임직원 상대 손해배상 소송 2심 오는 28일 선고
1심은 ‘증거불충분’ 기각···원고 측 “새로 제출된 증거들 많아”
이사의 감시의무 해태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인정 여부도 쟁점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 / 사진 = KT .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 / 사진 = KT .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KT 소액주주들이 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항소심 판결이 심리 약 3년 만인 오는 28일 선고된다.

항소심 과정에서 ‘상품권깡 불법 후원’ 사건 관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벌금 부과, ‘무궁화위성 3호 불법 매각’ 관련 국제소송 패소 확정 등 유의미한 사건 결과들이 나오면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기각된 1심 판결이 뒤집힐지 주목된다.

이사의 감시의무 해태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 적용 여부도 관건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KT 소액주주 34명이 이석채 전 KT 회장 등 전·현직 경영진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 항소심 판결이 이달 말 수원고등법원에서 선고된다.

이 소송은 KT민주동지회와 KT노동인권센터가 주도해 제기됐다. 원고들은 피고들이 KT 전·현직 이사로 재직하면서 이사의 감시 의무를 위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2019년 5월 총 572억8300만 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배상액은 항소심 과정에서 800억원 대로 늘어난 상태다. 이 소송은 1심에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청구가 기각됐으며, 2021년 7월 항소가 접수돼 32개월 간 심리가 진행됐다.

항소심 이후 여러 자료가 증거로 추가 제출됐다. SEC가 KT의 ‘쪼개기 후원·상품권깡’ 혐의 관련 부과한 75억 과징금·추징금 결정문, ‘무궁화위성 3호 불법 매각’ 관련 국제소송 확정 결정문 등이 대표적이다.

SEC의 제재는 KT가 임직원 이름으로 다수의 여·야 국회의원에게 수백만원씩 쪼개기 후원을 한 불법 행위를 문제 삼은 것이다. SEC 누리집에 따르면, KT는 지난 2022년 2월17일 한국과 베트남에서 공무원에게 부당한 대가를 제공하는 등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위반한 혐의로 350만 달러의 과징금과 280만달러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KT는 1999년 미국 뉴욕 증시에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해 SEC의 감독을 받는다.

홍콩 ABS사가 무궁화위성 3호 관련 소유권 확인 및 매매계약 위반을 원인으로 KT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회사의 패소가 확정됐다.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는 2018년 3월9일 KT가 ABS사에 손해배상금 원금 미화 74만8564달러와 소 제기 시점인 2013년 12월1일부터 선고일까지의 이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판결했다. 회사는 항소와 상고 절차를 진행했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20년 2월24일 이를 최종 기각했다. 원고들은 이 판정문 번역문을 주주대표소송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밖에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 관련 국회청문회 회의록, 국정농단 사건 가담행위(이사회 절차 없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후원금 출연)와 관련된 형사재판 기록 등도 제출됐다.

특히 원고 측은 2021년 11월 나온 유니온스틸(구 동국제강) 사건 대법원 판례(2017다222368)를 강조한다. 이 판례에서 대법원은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위반하는 경우 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법리를 확인했다. 원고 측은 또 “판례는 ‘대표이사가 담합행위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고 임원들의 행위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이사인 피고들이 회사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거나 그 행위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면서 “회사의 업무 집행을 담당하지 않는 사외이사도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유지·운영을 외면하고 방치한 경우 감시의무가 인정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현모 등 피고 일부는 불법정치자금 관련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선고(1심)를 받았고,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KT법인 역시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되는 등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명백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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