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승용차 도입 전망···국산차, 현실 안주해선 안돼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가 전세계 전기차 업계를 선도하는 BYD의 한국법인인 BYD 코리아의 새로운 홍보대행사로 선정되었음을 안내드립니다.”

지난달 말 오후 받은 이메일 내용의 일부다. 테슬라에 이어 지난해 순수전기차(이하 전기차) 판매 2위에 오른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장고 끝에 한국 승용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실제 BYD코리아는 최근 본사를 제주에서 서울 용산구로 옮기고, BMW 소형차 브랜드 미니 코리아의 사업 총괄을 맡았던 조인철 본부장을 지사장으로 영입했다. 충청북도가 정기적인 해외 기업 투자유치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중국 선전시(市)에 위치한 BYD 본사를 찾기도 했다.

BYD코리아는 앞서 2016년 10월 설립된 후 제주와 용인에 사무소를 두고 전기버스, 전기 지게차 등 상용차 수입·판매에 주력해왔다.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 전기 승용차 시장 진출 의사를 타진했지만 실행하지는 않았다. 다른 소비재 산업에서 야기된, 중국 제품 품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중국산 승용, 상용 전기차의 입지가 강화함에 따라 중국차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2022년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신차 점유율은 42%까지 상승했고 모델Y, S90, 폴스타2 등 브랜드별 중국산 모델이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국내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6월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도 이 같은 분위기를 입증했다. 응답자 2102명 중 816명(38.8%)은 ‘아무리 저렴해도 중국산 전기차는 사지 않는다’고 답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중국산 전기차를 10명 중 2명이나 거부한다”는 뉘앙스로 분석했지만, 3명이 구매 의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만난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 중 여럿으로부터 “중국 전기차가 한국에 들어온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마다 “중국 승용차가 아직은······”이라고 말끝을 얼버무렸고, 상대는 “아무래도 아직은 그렇죠?”라며 받아쳤다. 하지만 대화의 뒷맛이 개운하지는 않았다.

이후 ‘국산차 업체들은 중국차 공세에 준비됐는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나름 답을 구한 결과 “아직은, 그러나 어쩌면?”이라는, 열린 결론을 도출했다. 실제 현대자동차, 기아가 중심인 국산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3.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는 전년(76.6%) 대비 소폭 하락했다. 고급스러움으로 차별화한 수입 전기차 시장에, 값싸고 품질 양호한 중국 전기차까지 가세하면 국산차 업체에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체도 없는 중국산 승용 전기차를 두고 걱정부터 앞세우는 것으로 비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전기차가 판매되지 않는 미국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 견제에 아랑곳없이 현지 시장에 우회 진출하는 중국차 업체에 대한 업계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저가 전기차에 맞설 수 없는 (미국) 기업은 실존적 위협(existential problem)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산차 업체들도 야생 토끼(해외 전기차 시장) 뿐 아니라, 집토끼(한국 시장)를 놓치지 않도록 중국 업체 행보에 예의주시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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