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수 1만9000명 돌파···노사, 3월 초 두차례 조정회의 진행
조정 중지 결정 시 노조 쟁의권 확보···전국 사업장 집회신고

지난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 사진=시사저널e DB
지난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자 노사의 올해 임금 협상이 또다시 장기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노사는 지난달 말까지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했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이달 조정회의에서 결론을 못 낼 경우 단체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대표교섭권을 가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가입자 수는 지난해 12월말 처음 1만명을 넘어선 이후 3월 들어 1만 9000명을 돌파했다. 석달 만에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6일 삼성전자 노사에 따르면 대표교섭권을 가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전날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측과 임금 및 복지 핵심 쟁점 사항에 대한 1차 조정회의를 가졌다. 조정회의는 노조가 쟁의권을 합법적으로 발동하기에 앞서 거쳐야 하는 경영진과의 최종 의견 조정 단계다. 조정위원회는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으로 구성되며 통상 2차까지 진행한 뒤 교섭 타결 또는 조정 중지가 결정된다.

1차 조정회의에 노조에서 손우목 삼성전자 노조 위원장과 이현국 부위원장이, 경영진은 신인철 대표교섭위원을 포함한 4명이 참석했다. 노조가 중노위에 제출한 쟁점 사항은 총 9가지로 ▲임금 인상 ▲격려금 ▲고정시간외 수당 폐지 ▲재충전 휴가 ▲2023년~2024년 임금교섭 병합 조건 합의사항(휴가 일수의 실질적인 증가를 위한 새로운 제안) ▲의료비 ▲주거 안정비 ▲유급 휴일 신설 ▲이익배분제(영업이익에 따른 성과급, PS) 변경 등이다.

회사는 ▲2.8%의 기본임금 인상률 ▲장기근속휴가 개선 ▲배우자 종합검진 ▲난임휴가 무급 1일 추가 ▲남성 인력의 배우자 출산휴가 시 분할 횟수 증가 등을 교섭안으로 제시했다. 회사는 당초 2.5%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했다가 지난달 29일 진행한 7차 교섭회의에서 2.8%로 올린 바 있다. 노조는 기본임금 인상률 8.1%를 사측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는 이날 조정회의에도 기존 교섭회의에서 제안한 안건을 변경 없이 그대로 가져왔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가입자가 3월 1만 9000명을 넘어섰다. /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공식 홈페이지 캡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가입자가 3월 1만 9000명을 넘어섰다. /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공식 홈페이지 캡처

그 외에도 휴가 일수 증가와 성과급 등이 이번 노사 조정회의의 핵심 쟁점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을 이유로 DS(반도체) 부문의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 0%를 공지한 이후 노조 가입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노조는 회사는 격려금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휴가 일수 증가와 관련해 사측은 장기근속휴가를 개선하겠다고 나섰지만, 노조는 노동창립일과 회사창립일을 유급 휴일로 지정해줄 것과 재충전 휴가 등을 요구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조정위원회는 사측의 안건이 우리 안건과 괴리가 너무 크다 보니 2차 조정 회의에는 양측 모두에 각각 새로운 제시안과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을 가지고 와달라고 똑같이 전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차 조정 회의는 이달 7일 열릴 예정이다. 이날 양측간 임금 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되면 교섭위원, 상임위원, 대위원은 잠정합의를 선언하고, 전삼노를 비롯해 삼성전자 계열사 노조 연대,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등 5개 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투표에서 찬성이 50% 이상 나오면 해당 합의안은 가결된다.

그러나 2차 조정 회의에서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최종 조정 중지가 결정된다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전삼노는 조정 중지가 확정될 경우를 고려해 전국 사업장 집회신고를 추진하고 있다. 서초사옥, 우면 R&D센터, 수원, 강동, 기흥, 평택, 천안, 온양, 구미, 광주 등 사업장에서 집회신고를 마쳤으며, 화성 사업장도 곧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서초사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이 있는 이태원, 타워팰리스, 신라호텔 등에서 연대 단위의 대외 투쟁을 위한 집회신고도 마쳤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현재 삼성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다. 전삼노는 사측의 오만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으며, 두달 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며 “현 수준을 넘어 임직원 과반수에 달하는 6만~7만명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힘의 균형은 노조쪽으로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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