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제·美청정경쟁법 등 속속 현실화···우리 수출기업 부담 증대 우려
공급망실사·공시 대비 취약 ‘지적’···정부, 경계 속 해외진출 역기회 방안 모색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와 미국 청정경쟁법 등 전세계적으로 탄소배출 규제가 현실화하면서 우리 기업들도 점점 경영 부담이 현실화하고 있다. 산업현장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인 가운데 특히, ESG공시 대비를 위한 시스템 도입과 대중소기업간 협력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정부는 친환경규제가 위기이자 기회로 보고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책을 적극 마련한단 계획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글로벌 통상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EU는 2026년부터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 수소제품 등 6개 제품군을 EU로 수출시 제품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 추정치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전면 시행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시범 시행에 돌입, 올해 1월부턴 EU에 해당물품을 수출하는 국내기업도 탄소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했다. 관세 수준은 EU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기준을 기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미국도 CBAM과 유사한 청정경쟁법(CCA)이 추진되고 있다. CCA는 정유, 석유화학, 철강, 유리 제지 등 12개 수입품에 대해 탄소 1톤당 55달러씩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내용으로 최근 상원에서 민주당 주도로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에 담긴 탄소중립이란 명분과 세수 확보란 실리는 공화당도 지지하고 있어 올 하반기 미 대선결과와 관계없이 연방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단 분석이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탄소배출 규제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규제사정권에 있는 업종의 리스크 관리가 절실하단 지적에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글로벌 통상규제와 한국 친환경에너지산업의 기회와 도전’을 주제로 진행한 통상규제 지원 회의에서는 글로벌 친환경 규제로 인한 우리 기업의 부담이 진짜 현실로 다가오면서 정부 대응이 시급하단 점이 지적됐다.

CBAM 외에 EU공급망실사, ESG공시의무화, EU배터리법, 에코디자인 규정 등 수출기업이 직면한 ESG 규제에 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단 분석이다. 공급망실사의 경우 국내 기업 적용대상이 약 1만8000여개로 추정되는데 국내 기업들의 대응 수준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지난 2022년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공급망실사 적용 국내기업 1만8043곳 중 별도의 대응 조치가 없단 답변은 원청기업 48.2%, 협력기업 47.0%로 나타났다. 

ESG 공시의무화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도 크다. 공시기준이 모호하고 연결기준 공시, 기후변화 시나리오, 예상 재무 영향 분석 등으로 인해 기업 부담이 가중된단 분석이다. 사이언스 추산 공시의무화시 우리나라 기업의 이익은 약 4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중 ESG 공시 의무화 손실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EU배터리법은 배터리 여권, 폐배터리 수거 강화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EU에 배터리 또는 배터리 부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에 적용된다. 에코디자인은 2026년 시행 목표로 추진되는 제도로 제품 전 단계에 대해 환경, 에너지 효율성 요구조건을 강화한다. 후보군으로는 의류, 가구, 메트리스, 타이어, 세제, 페인트, 윤활유, 철, 철강, 알루미늄 등 광범위하다.

윤철민 대한상의 ESG경영실장은 “국내 기업들은 ESG 공시 준비상태를 점검해 미흡한 부분을 식별하고 IT 시스템을 도입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공시의무화 대상 여부를 확인하고 공급망실사 대외공시를 위한 데이터 수집, 관리프로세스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시주제 선정에 대한 선정 근거 마련, 자격조건이 되는 독립기관으로부터 인증 및 데이터 관리 통제를 위한 역할 정립 필요성을 제기한 윤 실장은 “ESG 데이터의 생성, 집계, 승계에 대한 과정과 권한을 공식화하고 내부통제 지침을 마련하는 ESG 정보공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장단기 기후변화 원인 분석과 합리적 재무 영향을 산출하고 법적 책임 방지를 위해 IT 시스템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글로벌 통상규제와 한국 친환경에너지산업의 기회와 도전이란 주제로 회의가 진행됐다. / 사진=최성근 기자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글로벌 통상규제와 한국 친환경에너지산업의 기회와 도전이란 주제로 회의가 진행됐다. / 사진=최성근 기자

정부는 탄소배출 규제 법안이 전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는 한편, 친환경 규제가 우리 기업이 새로운 해외 진출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봤다.

김세진 산업부 통상분쟁대응과장은 “선진국에서 만들어진 규제는 전세계저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금은 유럽발 규제라고 하지만 향후엔 국제 규제로 전체적 스탠다드가 될 수 있다”며 “좋은 재생에너지 분야는 계속 시장이 커질 것이고, 규제 재편으로 인해 우리가 지금 진출해 있지 않은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해외프로젝트 지원, 국내기자재 기업과 재생에너지 동반진출 등 재생에너지 관련 해외진출 지원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입찰이 가시화된 주요 프로젝트에 대해 수출금융기관과 무역관, 통상부서 같은 네트워크를 구성해 종합 지원하고 경험과 네트워크가 풍부한 발전 공기업과 국산 기자재 기업간 공동 해외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태양광과 풍력 중심으로 국제 온실가스 감출 사업을 발굴하는 한편, 해외 선도기업 유치로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 정부간 에너지 대화, 파트너십을 통한 재생에너지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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