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잠재 매물 중 최대어 꼽혀
지난해 단기납 종신 앞세워 호실적
올해 업황 악화···성장세 이어갈까

이문구 동양생명 대표
이문구 동양생명 대표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이문구 동양생명 신임 대표가 최근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동양생명은 잠재적인 우량 매물로 꼽히는 곳이다. 동양생명은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첫해 좋은 성적을 거둬 향후 매각 흥행 가능성을 높였단 평가다. 다만 금융당국이 단기납종신 보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영업환경이 악화됐기에 올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관측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최임식을 갖고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규모의 성장을 통해 튼튼한 수익구조를 구축해 동양생명을 초우량 보험사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동양생명 이사회는 궈우저단 전 대표가 이른 바 ‘테니스 사태’의 논란 여파로 사퇴하자 지난해 말 후임으로 이 대표를 선임했다. 6년 만에 한국인 최고경영자(CEO)가 다시 임명된 것이다. 

이 대표에게 주어진 최대 미션은 동양생명 매각이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새 주인을 찾기 전까지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은 동양생명을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자보험은 동양생명 외에 대주주로 있는 국내 생보사인 ABL생명을 이미 시장에 내놓은 상태다. 

동양생명은 IFRS17이 도입 첫해인 작년엔 순항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95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1년 전인 2022년 순익(97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보험영업이익은 손실부담계약 관련 비용이 크게 줄면서 직전 연도 대비 900억 가까이 늘었고 투자이익도 금융시장이 안정화된 영향으로 약 5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보험금융손실이 3000억원 가량 더 늘어났지만 전체 순익은 급증했다. 

동양생명 입장에선 순익이 늘어난 것보다 ‘미래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이 늘어난 점이 더 고무적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말 CSM은 2조5418억원으로 1년 동안 약 7%(17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CSM 산출 관련 가이드라인을 정해준 여파로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CSM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도 동양생명은 성장을 이뤘다는 점을 향후 매각 과정에서 가치를 높일 대목이란 평가다. 

하지만 올해도 작년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진 미지수란 의견이 있다. 금융당국이 단기납종신 보험 상품에 대한 제재를 강하게 걸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동양생명이 CSM을 늘리는데 있어 효자 상품은 단기납종신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기존 종신보험의 납입 기간을 대폭 줄인 상품이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단기납종신의 5년, 7년 납 상품에 대해 납입 기간이 끝나면 원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환급금(환급률)으로 돌려주겠다고 내걸어 판매를 크게 늘린 바 있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7년 납 종신보험의 10년 시점 환급률을 126%까지 설정하는 등 단기납종신 판매에 적극적이었다. 그 결과 종신보험 CSM은 증가했다. 작년 동양생명의 신계약 CSM 가운데 종신(사망)보험 판매로 비롯된 규모는 3288억원으로 직전 해 대비 60%(1233억원) 급증했다. 건강보험 증가액(154억원)보다 크게 많았다. 

하지만 당국은 보험사들이 지나치게 환급률을 높게 설정한다고 보고 규제에 들어갔다. 현재 환급률 수준이면 향후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뜨거운 감자로 통하던 7년납 단기납 종신보험의 10년 시점 환급률은 기존 120~130%에서 100%선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 규모도 축소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동양생명의 종신보험 판매 성장이 정체되면 CSM을 늘리는 것도 그만큼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올해도 상품경쟁력과 채널별 영업력 강화 및 고객 편의 중심의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수익규모를 확대하여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동양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동양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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