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HD현대중공업 고발 관련 설명회
피의자 신문조서, 1심 판결문 등 임원 개입 관련 증거라며 공개···방사청 심의 결과 반박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기밀 유출 관련 HD현대중공업 고발장 제출에 대한 입장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기밀 유출 관련 HD현대중공업 고발장 제출에 대한 입장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개입한 사실을 수사해달라며 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한 한화오션이 5일 소송전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한화오션은 회사가 확보한 피의자신문조서, 1심 판결문 등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보고서 유출 사건 당시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한 증거 자료를 공개했다.  

이날 오전 한화오션은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KDDX 사업 기밀 유출과 관련한 설명회를 열었다. 발표를 맡은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방위사업청은 당시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관계가 확인될 경우 재심을 통해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며 HD현대중공업에 대한 형사 고발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2년부터 3년여간 KDDX 관련 사업 내용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했다. 이들은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제한 여부를 논의했다. 하지만 대표나 임원이 개입하는 등 청렴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의결과를 행정지도로 매듭지었다. 

한화오션은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방사청의 심의 결과를 정면 반박했다. HD현대중공업은 불법 취득한 군사기밀을 공유하기 위한 서버를 운용했고, 이를 운용하기 위한 예산을 승인받기 위해선 임원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구 변호사는 회사가 입수한 1심 판결문을 공개하면서 “HD현대중공업은 주식회사 링크라는 업체를 선정해 서버를 구축하고 관리·운용하게 했다”면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선 예산이 수반되는데, 이는 예산 처리를 위한 결재 라인에 올라갈 수밖에 없어 임원은 이를 인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임원의 개입 증거로 회사가 확보한 공무원 형사사건기록도 제시했다. 지난 2018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특사경이 작성한 HD현대중공업 직원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군사비밀을 열람하고 불법으로 촬영한 사실을 피의자, 부서장, 중역이 결재했냐’는 특사경의 질문에 HD현대중공업 직원이 이를 시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 변호사는 “이러한 자료를 방사청의 입찰제한 심의일인 지난달 27일 하루 전인 26일 전달받았다”면서 “방사청 심의 구조상 제 3자가 설명할 루트가 없었다”고 했다. 방사청에 해당 자료를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발을 통해 HD현대중공업 측 임원에 대한 비위를 적발하고 재심의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한편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입찰 제한 시 특수선 시장이 한화오션의 독점구조로 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경쟁사의 수주잔량은 수상함 13척이나 한화오션은 3척뿐이라 독점 구조가 형성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대형 함정인 구축함이나 잠수함을 제작하는 업체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곳”이라면서도 “특수선 제작이 가능한 업체는 SK오션플랜트, HJ중공업 등 다수 업체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향후 HD현대중공업이 제재를 받더라도 집행정지 신청을 입찰에 계속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올 하반기 KDDX 상세설계 선도함 발주를 앞두고 양사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화오션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수주전에서 승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날 설명회에서 “이번 고발은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과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 아니다”며 “불법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의와 공정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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