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기 돌아오는 홈플러스 차입금만 8753억원 달해
일각에선 홈플러스 엑시트 관측···“정해진거 없다” 일축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올해 홈플러스 각자 대표로 선임되면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매각 시기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홈플러스의 재무 부담이 과중 되고 실적마저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일각에선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홈플러스는 올해 정체성 확보를 통한 기업가치 향상이 우선 과제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정기평가를 통해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로 유지했다. 홈플러스가 점포 매각을 지속하고 제한적인 설비투자로 대형마트 업계서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이유에서다.

홈플러스 실적 추이. / 자료=홈플러스, 표=김은실 디자이너
홈플러스 실적 추이. / 자료=홈플러스, 표=김은실 디자이너

한신평은 “홈플러스의 현금창출력이 줄면서 연간 5500억원 수준의 임차료(리스 부채 상환) 및 이자 비용에 대응하기 부족하고, 매장 재단장으로 투자 소요는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지속된 자산 매각에도 6조원(상환전환우선주 RCPS 포함)을 상회하는 순차입금 규모는 현금창출력 대비 매우 과중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신평은 단기적으로 홈플러스의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홈플러스는 2022년 회계연도(2022년 3월~2023년 2월) 기준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는 2729억원으로 기록됐다. 2023년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 기준, 지난해 3분기 누적 EBITDA는 2628억원이었다.

최근 홈플러스는 메리츠증권 차입금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을 진행 중이다. 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홈플러스 차입금은 총 8753억원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메리츠증권에서 3000억원을 차입했다. 홈플러스 측은 “리파이낸싱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지만, 오는 10월 말 차입금 5753억원도 예고돼 홈플러스를 둘러싼 자금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매각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홈플러스를 인수한지 올해 9년차를 맞지만,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지난달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직에 임명하면서 조주연 대표와 각자 대표를 맡게 됐다. 업계에선 홈플러스 매각 시기가 임박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 부회장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매각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쿠팡과 같은 대형 이커머스의 공세로 대형마트 인기가 식으면서다. 통상 MBK파트너스는 거래 후 5년 이내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하지만, 홈플러스는 수익성 악화로 올해 인수 9년차를 맞았음에도 엑시트 묘수가 없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홈플러스를 인수할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실적 개선에 정통한 인물이다. 올해 대표직에 오른 조 대표는 홈플러스 실적 개선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는 2022년 회계연도에 26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부채비율도 1년 사이 663.9%에서 944%로 크게 뛰었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간석점. /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간석점. / 사진=홈플러스

특히 조 대표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맥도날드의 CEO를 지낸 이력이 있다. 당시 그는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맥런치를 폐지하고, 배달서비스인 맥딜리버리 최소 주문 금액을 기존 7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하며 비판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한국맥도날드는 조 대표 재임 기간 세계 상위 20개 시장 중에서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조 대표가 홈플러스 실적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현재 전략으로는 실적 반등 시키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가 식품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메가푸드마켓으로 점포를 리뉴얼하고 있다. 메가푸드마켓은 대형마트의 본질인 신선식품과 먹거리 경쟁력을 끌어올린 점포다.

표면적으로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한 24개 점포 매출은 평균 24.5% 늘었다. 그러나 식품을 내세운 유통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메가푸드마켓으로는 홈플러스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홈플러스가 올해 전략으로 삼은 오프라인 거점 맞춤배송, 상품 경쟁력 강화 등 역시 홈플러스만의 강점으로 내세우기엔 역부족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품은 대형마트라면 모두 강점으로 내세우는 분야여서 홈플러스만의 경쟁력으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홈플러스만의 정체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올해 엑시트 관련해서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으며, 인사 역시 엑시트와 상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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