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더 강한 주주환원 확대 요구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맞물려 이사회 구성 확보와 자산성장 적정 수준 유지 제안 
활동 명분 확고해 주주총회서 치열한 표 대결 예상
JB금융지주 제외하고 타사 지분율 높지 않아 실질적 변화 이끌어내는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 사진=얼라인파트너스 제공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 사진=얼라인파트너스 제공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3월 주주총회(주총)을 앞두고 지난해보다 더 강한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에 이사회 구성원 확보와 자산성장 적정 수준 유지 등을 제안했는데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과 맞물리면서 어느 때보다 압박 수준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활동 명분이 더 확고해진 만큼 주주총회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지만 일각에서는 JB금융지주를 제외하고 타 금융지주 상대로 얼라인파트너스 지분율이 높지 않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얼라인파트너스는 KB·신한·하나·우리·JB·BNK·DGB금융지주 등 국내 7대 은행계 지주사들에 이사진 재편 등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보냈다. 먼저 얼라인파트너스는 국내 은행주의 평균 PBR이 0.34배로 해외은행(1.3배)에 비해 저평가된 상황이라 평가했다. 너무 빠른 대출 증가로 인한 평균 20%대의 비정상적으로 낮은 주주환원율(해외 은행 평균 60%대) 때문이다.

공개 서한에는 지난 1년 간 각 은행의 정책 준수 현황이 담겼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내달 예정된 은행별 결산 이사회에서 기존 발표한 정책에 부합하는 수준의 주주환원과 관련된 결의를 촉구했다. 기업출신·업계 경력자, IT·소비자·지배구조 전문가, 여성 등을 사외이사 후보로 다수 추천할 것도 제안했다. 이사회 구성원이 글로벌 은행과 비교해 학계(37%)에 편중돼 있고 글로벌 사업 확대, IR·주주환원정책 개선 등을 고려하면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들이 이사회에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대출성장을 감축해 빠르게 자본비율을 확충하고 정상적인 주주환원율을 달성해 상장 은행들의 비정상적 저평가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는 과도한 가계부채비율, 자산가격 양등과 같은 국가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은행들이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으로 전환할 때"라고 덧붙였다.

최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가 기업 밸류업 지원을 정책 기조로 삼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 안팎에서 주주제고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달 정부는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은 기업 자율에 맡기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세제지원 같은 '당근'을 제공한다는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가 날로 커지는 상황에 정기주주총회 시즌까지 맞물려 행동주의 펀드 영향력은 최소 지난해보다는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에 맞춘 주주환원정책을 이행하라는 서한을 보냈다"며 "최근 정부의 밸류업 지원방안이 나오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우리금융지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 등장해 주주환원에 대한 질문을 쏟아낸 바 있다. 이 대표는 당시 우리금융의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와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대해 질의했다. 이 대표는 "보통주자본비율이 13%가 돼야 정상적인 주주환원율을 약 50%로 조정할 수 있어 13%가 언제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금융지주 측은 "2024년도에도 적극적으로 위험자산 관리를 해서 안정적으로 보통주자본비율 수치 12% 이상을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어느 때보다 주주환원 요구 공세가 심화되는 가운데 주주총회에서는 상정된 안건을 놓고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환원 확대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해도 실제 세부적 요구가 통과되는 비율은 낮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지난해 9월 발간한 '주주행동주의펀드 역할 확대에 따른 시장영향' 연구보고서에서 "주주행동주의 투자자에 의한 주주제안이 실제로 정기주총에서 통과되는 비율은 20% 내외에 불과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관건은 지분이다. 얼라인파트너스의 경우 JB금융지주를 제외하고 다른 금융지주사 상대로 지분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의 경우에는 14.04%를 확보해 2대 주주로 활동 중이지만 나머지 6곳의 금융지주는 1% 이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대 주주로서 JB금융지주를 상대로 지난해에도 주주행동을 적극 전개했으나 결과적으로 제안들은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 지배구조 개선 요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주총 안건을 검토하고 소액주주를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여론 캠페인을 펼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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