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촌 목련마을14단지 58㎡ 분담금 4억원 넘겨
공사비 증가로 2년 전 대비 2배 가까이 올라
재건축 추진 목소리 커져···사업 중단·철회도 속속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사업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리모델링 분담금이 재건축과 다름없는 수준으로 크게 늘면서 재건축으로 선회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로 용적률이 높은 단지에서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급기야 리모델링을 중단·철회하는 단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안양시 동안구 목련마을2단지 대우선경에선 리모델링 분담금이 최대 5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형별 분담금을 살펴보면 전용면적 58㎡ 분담금은 4억3000만원에서 4억7900만원까지 책정됐다. 2021년 평균 분담금 추정치가 2억8600만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전용 34㎡은 분담금이 2억9000만원에서 3억3000만원 안팎이다. 2년 전엔 1억9900만원에서 2억8600만원 정도로 추산됐다.

목련2단지는 안양 평촌신도시 리모델링 1호 사업지다. 2022년 12월 처음으로 리모델링 행위를 허가받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평·별동 증축을 통해 기존 994가구에서 1023가구로 증축된다. 아울러 기존 아파트에 지하 2층과 지상 1층이 추가돼 지하 3층∼지상 16층으로 리모델링이 진행될 예정이다.

분담금이 2배 가까이 뛰자 내부에선 리모델링을 접고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주민들은 주민들이 재건축 추진을 주장하며 재건축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재건축 준비위원회는 공사비가 치솟는 바람에 정작 재건축에 드는 분담금 비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목련2단지 내부 커뮤니티에서 리모델링 계속 추진파와 재건축 전환파로 나뉘어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며 “양측 간 의견 대립은 비방전을 넘어 상대측을 불법 집단으로 규정하는 등 양립 자체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치닫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일산신도시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일산신도시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일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산신도시 리모델링 첫 주자인 문촌마을16단지에선 추정 분담금이 알려진 이후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두고 주민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문촌마을16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지난해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추정한 리모델링 분담금은 전용 84㎡ 기준 4억2000만원 수준이다. 전용 67㎡ 역시 3억2000만원이 넘는다. 최근 자재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와 예상 물가상승률(3.5%)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강선마을14단지 등도 일부 소유주가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후곡마을 11·12단지도 재건축을 원하는 이들과의 다툼으로 리모델링 조합 설립에 대한 소유주 동의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는 상태다. 주민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리모델링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리모델링 이탈 움직임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분당 매화마을1단지는 지난해 리모델링 분담금 확정 총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뒤 사업이 중단됐다. 평촌에선 은하수마을 청구와 샘마을 대우·한양 등이 리모델링 철회를 결정했다. 군포시 산본8단지의 경우 입찰에 참여했던 시공사가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포기하기도 했다. 용인 수지구 현대성우8단지는 주민들이 사업 동의를 철회하면서 리모델링 사업 승인 신청이 취하됐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는 재건축과는 달리 골조를 유지한 채 증축하는 방식으로, 사업 진행이 빠르고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가 어렵거나, 용적률이 높고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한 사례가 많았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조합이 설립된 공동주택 리모델링 단지는 전국 151개 단지, 12만621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정부는 3대 대못으로 불리는 안전진단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을 시행했다. 올해는 1·10대책을 통해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는 ‘재건축 패스트트랙’도 도입했다. 이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과 시행령을 통해 1기 신도시를 포함한 노후계획도시 대상을 전국 108곳으로 확대하고 해당 지역 허용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5배까지 늘려 사업성을 높였다. 특별법 발표 이후 주민 사이에선 리모델링 조합을 해산하고 재건축 조합을 재설립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특별법 적용 지역의 경우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으로 주민들 의견이 수렴될 것으로 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특별법의 핵심은 정부가 기존 용적률이 높은 아파트도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으로 선회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며 “용적률 완화와 안전진단 면제 등 특례를 적용한다면 가구 수 증가에 제한이 큰 리모델링을 선택할 명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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