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작년 순익 늘었지만 4분기 대규모 비용 선반영
신한라이프, 맹추격···CSM은 교보보다 더 많아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첫해인 작년 대형 생보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4분기에 크게 부진하면서 신한라이프의 거센 추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영업성적에 따라 삼성·한화·교보생명으로 이뤄진 생명보험사 ‘빅3’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익(별도 기준)은 4891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4% 크게 늘었다. 다만 작년 4분기엔 1138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점은 문제로 꼽힌다. 교보생명은 3분기에도 32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그해 상반기에는 65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거뒀지만 하반기에는 계속 이익이 깎인 셈이다. 

교보생명의 하반기 부진으로 신한라이프와의 격차는 더욱 좁혀졌다. 신한라이프의 작년 당기순익(연결 기준)은 4724억원으로 교보생명과 약 170억원 차이다. 그해 상반기 두 생보사의 격차는 3000억원이 넘었다. 직전 년도인 2022년에 이어 신한에 추월을 또 허용할 뻔 했다. 신한라이프는 직전 해인 2022년 교보생명보다 약 500억원의 순익(IFRS17 적용 기준)을 더 거둔 바 있다. 

교보생명은 작년 4분기에 회계 처리와 관련해 미리 일회성 비용을 인식한 결과 손실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연금보험 생존율 확대에 따른 연금지급금액이 약 3000억원 늘었다. 또 정부의 상생금융 정책에 맞춰 보험계약대출 가산금리를 인하한 결과 약 400억원의 손실이 추가로 발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신한라이프가 교보생명보다 보험계약마진(CSM)이 많기에 나온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신한라이프의 작년 9월 말 기준 CSM 7조2029억원으로 교보생명(6조3948억원)보다 약 8000억원 더 많았다. 작년 초 직전 연도인 지난 2022년 말 기준 재무제표에 IFRS17을 적용한 결과가 발표될 당시 신한의 CSM이 교보보다 많아 업계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신한라이프가 교보생명보다 자본여력이 더 큰 덕분에 IFRS17 적용 방식을 다르게 한 결과다. 

IFRS17 아래서 보험사들의 최대 과제는 보험계약마진(CSM) 확대다. CSM은 보험 상품 계약으로 보험사가 향후 받을 보험료 가운데 이익으로 잡힐 부분을 추정한 값이다. 보험사는 매 분기 CSM을 일정 부분씩 차감(상각)해 보험영업이익에 포함한다. 생보사들이 CSM을 늘리기 위해선 종신보험, 건강보험 등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를 확대해야 한다. 

교보생명도 신한의 추격을 꺾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작년 9월 말 기준 교보생명의 신계약 CSM은 1조255억원으로 신한(7260억원) 대비 3000억원 더 앞섰다. 아직 4분기 신계약 CSM이 공시되지 않았지만, 이 추세는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회계 관련 규제의 영향으로 CSM이 신한보다 약 1300억원 더 크게 줄어든 점이 아쉬웠단 평가다. 

이에 올해 교보생명과 신한라이프의 순위 싸움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초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단기납 종신보험 2차 경쟁에 교보생명이 참전한 것도 신한라이프의 거센 추격 때문이란 평가가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상반기 단기납 종신보험 경쟁이 벌어졌을 당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바 있다. 

신한라이프가 내년에 교보생명보다 더 많은 순익을 거두면 생명보험사 ‘빅3’ 구도가 깨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상위 3사에 교보 대신 신한이 포함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란 예상이다. IFRS17 도입 후에도 신한이 교보를 꺾는다면 업계에서의 신한의 입지는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삼성생명은 당기순익이 1조3000억원 가량을 거뒀고, 한화생명은 6160억원을 기록해 교보·신한과는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 업황은 올해도 좋지 못하기에 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이라며 “더구나 교보생명도 그간 보수적인 태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인 만큼 올해 실적은 더욱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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