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세 확장 속 외부투자 회수 등 해결과제 산적

나성훈 티웨이항공 사내이사 후보자의 프로필.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나성훈 티웨이항공 사내이사 후보자의 프로필.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출판업체 예림당 나춘호 회장 아들인 나성훈 부회장이 자회사 티웨이항공의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경영 전면에 나선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오는 29일 김포국제공항 본사 교육장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나성훈 부회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표결할 예정이다.

1970년생으로 올해 53세인 나 부회장은 현재 예림당 사내이사, 예림문고 대표이사 등을 겸직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나 회장(31.47%)에 이어 예림당 주식 9.63%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또한 티웨이항공 모회사 티웨이홀딩스의 2대주주(3.27%)이고, 티웨이항공 주식은 보유하지 않았다.

현재 티웨이항공 미등기임원인 나 부회장이 등기임원으로서 책임경영에 나서는 것은 지난 2018년 8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후 처음이다. 나 부회장은 사내이사에 선임되면 이사회에 참석해 경영상 중대한 사안을 결의하는 등 기업 경영을 주도할 전망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나 부회장은 티웨이항공 상장전 등기 이사를 역임했고, 이번에 책임경영 일환으로 선임될 예정”이라며 “전문경영인(정홍근 대표이사)와 큰 틀에서 상의하며 경영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적 항공사의 노선별 시간준수율. / 자료=국토교통부
국적 항공사의 노선별 시간준수율. / 자료=국토교통부

◇국적사 중 항공 시간준수율 ‘하위’

나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두고 업계는 최근 티웨이항공이 각종 이슈로 인해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결단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대한항공으로부터 인천발 파리(프랑스), 로마(이탈리아), 바르셀로나(스페인), 프랑크푸르트(독일) 4개 유럽 노선의 운항권(슬롯)을 넘겨받았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하는 과정에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경쟁제한 우려 사항을 고려해 슬롯을 이관했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대형기 등 7개 항공기를 신규 도입해 신규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운항 확대에 대응해 지난해말 임직원 수(2500여명)를 2019년말 대비 25%나 늘렸고, 올해 경력직 객실승무원 채용을 실시하는 등 사세 확장 중이다.

다만 티웨이항공이 지난해 잇따른 기체 결함 사건을 일으켜, 업계에서 중장거리 노선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말까지 4개월간 국내·국제선에서 6건의 운항 지연 또는 결항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티웨이항공의 노선별 시간준수율은 국내선 64.2%(국적사 9곳 중 8위), 국제선 71.1%(10곳 중 6위)로 국적사 중 하위 수준을 보였다. 시간 준수율은 항공여객운송계약상 약정한 시간표를 기준으로 항공기가 각각 국내선 30분 이내, 국제선 1시간 이내 활주로에 이륙·착륙한 비율을 뜻한다.

티웨이항공이 항공교통서비스의 기본 역량 중 하나인 시간준수율을 회복하고, 사업 확장의 일환인 중장거리 노선 운영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웨이항공 객실승무원. / 사진=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 객실승무원. / 사진=티웨이항공

◇사모펀드 투자 회수 전망에 ‘뒤숭숭’

티웨이항공 2대주주(20.47%)인 유한회사 더블유밸류업이 투자 회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는 더블유밸류업 설립 후 지난 2021년 4월, 2022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티웨이항공에 1017억원을 투입했다.

티웨이항공 보통주 1주당 가격(종가 기준)은 사모펀드 투자와 엔데믹 후 항공업계 정상화에 힘입어 2021년 4월 15일 2665원에서 지난달 29일 2820원으로 상승했다. 액수로는 5.8% 증가한데 그쳤지만, 티웨이항공이 최근 흑자전환한데다, 국내 항공업계에서 독보적인 규모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어 지분 매입시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을 것이라는 업계 기대감도 감지된다.

다만 티웨이항공 반등의 마중물이 돼온 JKL파트너스가 투자 회수를 단행함에 따라 주가가 다시 하락할 우려도 업계에서 제기된다. 티웨이항공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른 지난해 3월 예림당 사내이사로 돌아갔던 나 부회장이 1년 만에 이사회에 전격 뛰어든 점에서 경영 의지가 엿보인다는 관측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JKL파트너스)가 투자 회수를 준비하는 가운데 (대주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경영을 이어가려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10월 27일 SK텔레콤 을지로 본사에서 당시 나성훈 예림당 사장(오른쪽)과 지동섭 SK텔레콤 IPE사업단장(현 SK온 사장)이 스마트 러닝 서비스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사업 제휴 조인식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사진=SK텔레콤
지난 2010년 10월 27일 SK텔레콤 을지로 본사에서 당시 나성훈 예림당 사장(오른쪽)과 지동섭 SK텔레콤 IPE사업단장(현 SK온 사장)이 스마트 러닝 서비스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사업 제휴 조인식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사진=SK텔레콤

◇나 부회장 ‘구원투수’ 역할 기대감 커져

나 부회장은 앞서 위기에 처한 티웨이항공의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업계에서 평가받는다. JKL파트너스가 티웨이항공에 대규모 투자하는데 나 부회장의 공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나 부회장이 이번 이사회 등판으로, 과거 유치했던 투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수습하는 모양새다.

이에 앞서 나 부회장은 2018년 티웨이항공, 2009년 예림당 기업 증시 상장을 주도해 기업 경쟁력을 쇄신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나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따른 티웨이항공 경영 안정화가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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