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집계, 전날 오전 복귀 전공의 294명···지방 국립대 의대 교수 1000명 확대도 제시 
일부 전공의 복귀와 문의 러시, 최소 5000여명 복귀 필요···집계 미포함 근무 전공의도 있어 
환자단체들도 조속한 전공의 복귀 요청···내주 이후 상황 주목, 대량 행정처분 가능성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당초 정부가 전공의 진료 복귀 시한으로 정했던 29일 일부 전공의들이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식 집계 발표가 일러야 내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원을 포함하더라도 이탈 전공의 중 5000명선으로 추산되는 필요인원을 채우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오는 3월 4일 이후 정부 움직임에도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29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80.2%인 9997명이다. 이들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명의 약 95%가 근무한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72.8%인 9076명이다. 복지부는 모수에 차이가 있어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근무지 이탈자 비율은 지난 27일 73.1%보다 소폭 내려 이틀째 하락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29일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내원객이 접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9일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내원객이 접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00개 수련병원 보고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기준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294명이다. 이 중 1명 이상 복귀한 병원은 32곳이다. 10명 이상 복귀한 병원은 10곳이다. 최대 66명이 복귀한 병원도 있다. 정호원 복지부 대변인은 “외부에서는 전공의 복귀 집계를 실시간 요구하지만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곳으로부터 자료를 취합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오늘 발표할 수 있는 집계는 현실적으로 어제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날까지 전공의 복귀 현황을 살핀 이후에는 업무개시명령 위반 사실을 확인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병원을 방문, 채증을 통해 위반 사실을 확인한 후 처분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행정청은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 당사자에게 처분 원인이 되는 사실과 법적 근거 등을 사전 통지해야 한다. 전공의의 경우 사전 통지에는 ‘의사면허정지’ 처분에 대해 의료법 위반 등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후 정부는 절차에 따라 전공의들 의견을 청취하게 된다.

김충환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법무지원반장은 “3월 4일 이후 바로 정지 처분에 들어가는 건 아니다”며 “사전 통지하고 의견 진술 기회 등 절차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오는 3월 1일부터 3일까지 연휴 기간 돌아오는 전공의들 경우는 추가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이날 지방 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 늘리겠다는 새로운 유인책도 선보였다. 지방의 9개 거점 국립대 의대 교수를 오는 2027년까지 1000명 가량 늘리고 운영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추가 보강할 방침이다. 거점 국립대 의대 교수는 현재 1200~1300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2배 가까이인 2200~2300명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활용하는 가운데 일부 전공의들은 병원에 연락을 취하는 등 분주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에는 본인이 제출한 사직서 수리 여부와 다른 전공의들 복귀 여부, 연휴 기간 복귀가 가능한지, 구체적 복귀 절차 등에 대한 전공의 문의전화가 걸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의 공식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근무 전공의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병원에는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이후 절차 없이 환자 진료나 수술에 투입된 전공의들도 파악된다고 의료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인원들이 있어 실질 근무 전공의 숫자는 공식 수치에 비해 더 많은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부의 행정처분 추진 등에 영향을 받아 진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들 숫자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수백여명 규모로 추산되는 분위기다. 전공의 문의도 적지 않아 연휴에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당초 이탈 전공의로 추산된 9000여명 중 최소 5000여명 전공의가 복귀해야 소속 병원 진료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는데 현재로선 부족한 상황으로 요약된다.        

이에 의료 현장에 전공의 복귀를 호소하는 선배 의사들 목소리도 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소속 전공의 전원에게 김영태 병원장 명의의 문자와 이메일을 보내 병원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메시지에는 김 원장 외에도 송정한 분당서울대병원장과 이재협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장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중증응급 환자와 희귀난치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포함한 많은 환자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제는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오후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과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장, 김은경 용인세브란스병원장도 전공의들에 보낸 ‘세브란스 전공의 여러분께’라는 이메일에서 복귀를 요청했다. 이들은 전공의들에 “그동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해 의료현장을 지켜온 여러분들 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전공의 여러분, 이제 병원으로 돌아오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도 이날 오후 전공의들에게 ‘어려운 상황을 견디고 계실 동료이자, 후배, 제자인 선생님들께’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박 원장은 “여러분들이 뜻하시는 바 역시 의료인 본연의 환자를 위한 마음임을 이해한다”며 “이제는 현장으로 돌아오셔서 환자분들과 함께 하며 그 마음을 표현해 주시기를 간곡히 청한다”고 당부했다. 

29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기자회견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29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기자회견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이번 의료대란의 직접 피해자인 환자들은 이날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높여 신속한 전공의 복귀와 진료 재개를 요청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가 참여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는 사직 방식의 집단행동을 이제 멈추고 응급중증환자에게 돌아와 이들이 겪는 불편과 피해, 불안부터 멈추게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연합회는 “중증환자는 적시에 치료를 받는 것이 생명 연장을 위해 중요하다”며 “질병의 고통과 죽음의 불안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치료 연기는 사형선고와도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단체 연합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사들 단체행동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회장은 “기득권을 가지고도 의사 집단은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희귀난치병 중증질환자 생명을 볼모로 잡고 의료대란을 일으켰다”며 “의사 집단이 국민 목숨을 담보로 겁박하는데 머리를 사용한다면 시정잡배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분개했다. 이어 김 회장은 “(의사는) 조직폭력배와 다단계 조직보다 더한 집단”이라며 “지금도 호스피스 병동과 중환자실에서 환자들은 산소호흡기로 목숨을 유지하며 발버둥 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삼일절 연휴 정부가 발표하는 전공의 현황에서 일정 수준 전공의 복귀가 확인되거나 추가 복귀 행렬이 이어질 경우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반면 당초 추산된 5000여명에 부족한 숫자의 잔공의가 복귀한 것으로 집계될 경우 다음주부터 전공의 대량 행정처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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