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경매 신청건수 1만619건으로 급증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 늘어
“부동산 경기 침체…증가세 지속될 듯”

신규 경매 신청건수가 1만건을 돌파하며 1ㅐ년 6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고금리와 거래 침체 등의 여파로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신규 경매 신청건수가 1만건을 돌파하며 1ㅐ년 6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고금리와 거래 침체 등의 여파로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올해 1월 전국의 신규 경매 신청건수가 1만건을 돌파했다. 월별 통계로 10년 6개월 만에 최대치다.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의 후폭풍이 경매시장에 본격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법원 경매정보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1만619건으로 지난 2013년 7월(1만1266건)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2013년 1월(1만1615건)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작년 동월(6786건)과 비교하면 56% 증가했다.

신청 건수는 채권자가 대출금 등 채권회수를 위해 해당 월에 경매를 신청한 것이다. 실제 입찰에 들어간 경매 진행 건수보다 경제 상황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평가받는다. 통상 법원에 경매 신청을 하면 감정평가 등을 거쳐 매각기일이 잡히기까지 평균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진행 건수엔 신청 건수뿐만 아니라 앞서 여러 차례 유찰된 물건들도 함께 누적된다.

신규 경매 물건수는 2019년 10만건을 넘었다가 2020년 9만2781건, 2021년 7만7895건, 2022년에는 7만7459건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부터 월간 경매 신청 천수가 8000건을 넘기 시작해 연간 신청 건수도 1만1147건을 기록하며 4년 만에 다시 10만건을 돌파했다.

경매 신청이 증가한 건 2022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 여파, 매매거래 침체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역전세난 여파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보증금 회수를 위해 강제경매를 신청한 경우도 크게 늘었다.

유찰되는 물건이 쌓이면서 경매 진행 건수도 늘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경매 진행 건수는 1만6642건으로 전월(1만3491건)보다 23.4% 늘었다. 특히 아파트 등 주거시설의 경매 진행 건수는 7558건으로 전월(5946건)보다 27.1% 증가했다.

업무·상업시설의 경매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올해 1월 업무·상업시설의 경매 진행 건수는 3612건으로 2013년 1월(3655건)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였다. 지난 7일 명동 중심거리에 있는 4층짜리 꼬마빌딩이 약 318억원에 경매로 나왔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대지면적 기준 감정가가 3.3㎡당 약 10억171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경매 물건이 늘면서 낙찰률(경매 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응찰자수(경쟁률) 등 경매 주요 지표도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달 낙찰가율은 작년 3월 이후 10개월 만에 다시 50%대로 하락했다. 유찰을 거듭하다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서 낙찰이 이뤄진 셈이다.

업계에선 당분간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여전히 높은 데다 특례보금자리론 종료 등 대출 규제로 갈아타기 수요자 역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이자부담을 이기지 못해 매물로 내놔도 거래가 되지 않으면 연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점에서 풀 대출을 받은 매물은 매매시장에서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에 경매 물건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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