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기대 못 미쳐 매물 출회 지속
장기적 관점서 금융사별 옥석 가리기 시작···선별적 접근 필요
구체적인 주주환원책 유무 관건···잉여현금비율과 자본 흐름 등 제각각
기대로 인한 주가 상승과 실현 가능성 구분해 접근해야···PF 불확실성 감안 고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개하면서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로 꼽히는 금융주 주가 전망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사별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관측과 함께 구체적인 중장기 주주환원정책 유무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주는 최근까지 저PBR 수혜를 받았지만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에 실망하면서 매물 출회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이달 초 실적 발표와 함께 제시한 주주환원책 덕분에 낙폭은 다소 축소되는 모습이다. 

29일 종가 기준 KB금융지주는 전일 대비 1200원(1.93%) 오른 6만3500원에 마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1.52%, 하나금융지주 1.80%, 우리금융지주 2.62% 등 다른 금융지주들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앞서 지난 26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이 발표된 직후 4대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진 바 있다. 당시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5%대, 신한금융지주 4%대, 우리금융지주도 2%에 가까운 낙폭을 그렸다. 정부의 밸류업 세부안이 인센티브 없이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에 초점이 맞춰진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내용도 빠지면서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뒤따르자 저PBR 수혜주로서 금융주에 대한 투자심리 역시 꺾였다는 판단이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상장기업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매년 계획을 수립, 회사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거래소에 자율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공시는 연 1회가 기본이며 2년차 부터 전년도 계획과 이행 평가를 포함하도록 했다. 계획이 변경되면 추가로 수시 공시를 하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중 가이드라인 내용을 확정하고 하반기에 준비된 기업부터 자율공시에 나서게 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필요 조치에 대해 의무사항이 아닌 인센티브로 한다는 방침이다 보니 강제성과 구체성이 결여돼 기대에 못 미친다는 시장의 반응이 나오면서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며 만년 저평가 꼬리표를 떼는 듯했던 금융주 주가는 상승세를 멈추게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그 동안 기업 밸류업 정프로그램 기대감 측면에서 접근했다면 이제부터는 장기적 관점에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 기대 하나만으로 '묻지마 급등'을 해온 금융주인 만큼 앞으로는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주주 환원 여력과 의지가 반영된 중장기적 주주 환원 정책 여부가시장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갖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금융사마다 잉여현금비율이나 자본 흐름, 배당 여력 등이 제각각인 점들을 고려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전반에 걸쳐 우호적인 주주환원 추세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추가 성장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배당도 호실적이 받춰줘야 하는 것인데 당장 지난해 순이익이 크게 꺾인 곳들이 많다. 각 금융지주사별 순이익을 살펴보면 ▲신한금융지주 4조3680억원(6.4% 감소) ▲하나금융지주 3조4516억원(3.3% 감소) ▲우리금융지주 2조5167억원(19.9% 감소) ▲BNK금융지주 6303억원(18.6% 감소) ▲DGB금융지주 3878억원(3.4% 감소) ▲JB금융지주 5860억원(2.5% 감소)으로 줄줄이 후퇴했다. KB금융지주만 유일하게 전년 대비 11.5% 증가한 4조6319억원이다.

여기에 현재 이어지는 금융당국의 충당금 압박도 배당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대로 인한 주가 상승과 그 실현 가능성은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해외 부동산 등 불확실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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