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차세대 배터리 개발 인력 영입 나서
SK온, 채용 규모·기간 명시 없이 업계 최고 대우 약속 등 적극 채용
"인력풀 작아 동종업계 이직 사례 늘어날 것"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전기차에 탑재된 모습. / 사진=LG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전기차에 탑재된 모습. / 사진=LG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인재 확보를 위해 채용 기준을 낮추거나 따로 채용 규모와 기간을 명시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인재 영입 경쟁에 나섰다. 최근들어 배터리 3사는 차세대 제품 개발 등 미래 기술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한 인재 모시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일부 업체가 경력자들에게 ‘타사 대비 최고 대우’를 약속하면서 업계 내 이직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경력직 채용 공고를 올리고 인재 채용에 나섰다. 채용 분야는 전고체 전지 소재 등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는 SDI연구소부터 소형전지·중대형전지사업부 등 다양하다. 모집 기간은 내달 4일까지다.

삼성SDI는 그간 경력직 채용 조건으로 ‘5년 이상 유관기관 경력’을 요구해왔으나 지난해부터 ‘2년 이상’ 경력직 모집 공고를 올리는 등 허들을 크게 낮추는 모습이다. R&D(연구개발) 분야서 일할 2년 이상 경력의 외국인 사원 채용에도 나선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터리 업계는 더 많은 ‘즉시 전력감’ 인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앞서 SK온은 3년 이상, LG에너지솔루션은 5년 이상 경력 채용 공고를 올린 것과 비교하면 삼성SDI는 더욱 적극적인 인재 영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수 인재를 선점해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자 채용 기준을 완화해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겠다는 의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 모듈·팩 구조 설계 등의 직무를 수행할 경력 사원을 뽑고 있다. 전기차나 전기 추진 항공기 관련 부품 개발 경력이 5년 이상인 인재를 모집 중이다.

SK온은 ‘업계 최고 대우’를 내걸고 인력 채용에 나섰다. 회사는 최근 셀·설비·공정·부품 등 배터리 제조 전 과정에서 일할 경력 직원 및 신규 박사 채용 공고를 냈다. 주목할 점은 채용 규모와 채용 기간을 따로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언제든지, 인원 제한 없이 실력을 갖춘 경력자는 채용하겠다는 의미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채용 경쟁이 심화하면서 동종업계 간 이직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 취업을 준비하는 채용 커뮤니티 내에선 “이번 기회에 이직해 몸값을 높이자”는 배터리 3사 직원들의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경력 직원을 표적으로 삼은 경력 공고도 냈다. 회사는 셀 개발 부문에서 원통형 및 각형 배터리 개발 경력자를 우대하기로 했다.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나선 SK온이 개발 경력이 있는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SK온은 그간 파우치형 배터리만 양산해왔다. 회사는 경쟁사보다 생산하는 배터리 폼펙터(제품 외관) 종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부터는 원통형과 각형, 파우치형 3종 모두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구체화했다. SK온은 지난해 3월 각형 배터리 개발 소식을 발표했고 올해 처음으로 원통형 배터리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삼성SDI는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를,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 중이다.

배터리 3사의 임직원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지만, 현장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지난해 말 발표한 ‘유망 신산업 인력 수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국내 배터리 업계의 석박사 연구개발 인력은 약 9400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수요에 약 700명가량 못 미치는 수치다. 

배터리 업계가 ‘꿈의 전지’인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경력직 품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력을 쌓은 석·박사급 연구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차전지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해당 분야를 연구한 인재 수요 또한 급격히 늘었지만, 이들 인력의 공급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구인난에 허덕이는 배터리 업계는 내달 초에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4’ 전시회를 활용해 추가 인재 영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열린 ‘인터배터리 2023’ 전시회엔 취업준비생 수백명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면서 “인재풀이 한정적인 배터리 분야에서 경력 채용은 결국 각 사의 인재유출로 이어진다”면서 “아직 이차전지 산업이 성장세인 만큼 인력 수요와 공급 불일치로 기업 간 인력 이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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