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회장, 내부통제 마련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어"
함 회장, 사법리스크 덜어내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 사진=하나금융지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 사진=하나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1심 결과를 뒤엎고 승소했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당국이 함 회장에게 문제삼은 내용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아니라 제대로 '준수'하지 못한 것에 해당한다고 봤다. 

서울고등법원 행정9-3부(부장판사 조찬영·김무신·김승주)는 29일 함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징계 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지난 2022년 열린 1심에선 재판부는 금감원이 함 회장에게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내린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함 회장은 대규모 원금손실을 불러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을 이유로 지난 2020년 3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았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연임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3년간 금융기관 취업이 제한된다. 함 회장은 징계가 불합리하다며 같은 해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DLF를 고객에게 상품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한 책임이 당시 하나은행장을 맡았던 함 부회장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은행의 최고경영자가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함 부회장 측은 법규에 따라 필요한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했다며 법원에 판단을 요청한 것이다.

재판부는 당국이 함 회장에 대해 지적한 사안들은 대부분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제대로 운영(준수)하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봤다. 이에 함 회장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는 당국의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이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을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해석한 것은 법리를 잘못 적용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1심에서는 금감원이 주장한 함 회장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사항 10가지 중 7개를 인정했지만, 이번 판결에선 2개만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나머지 8개 항목의 경우 처분 사유인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자체라기보다는 이와 별개인 내부통제 기준 준수 의무 또는 운영상 위주로 보아야 한다”라면서 “이건 이 사건 처분 사유로 구성된 항목이 아니어서 별도로 징계 사유로 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에선 재판부가 함 회장이 내부통제 장치를 법령에 따라 마련했더라도 불완전판매를 막을 정도의 ‘실효성’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당시 판결이 나오자 업계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같은 문제로 행정소송을 낸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재판부가 내부통제 준수 의무 위반이라고 보고 손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번 함 회장의 2심 판결도 손 전 회장의 판결 논리와 사실상 같았다. 

업계에선 이번 판결로 함 회장은 한시름 놓았단 평가다. 함 회장은 앞서 채용비리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DLF 항소심도 패소하면 연임 도전이 상당히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번에 승소하면서 향후 연임을 도전하는데 있어 ‘사법리스크’를 어느 정도 덜었단 해석이다. 함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 전까지다. 함 회장은 최종 승소를 받기까지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이 항소해 3심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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