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배당 재개했지만 규모 작아
투자자 실망에 주가 이틀간 10% 빠져
"회계 혼란 속에서도 배당한 것 의미" 평가도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 / 사진=한화생명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 / 사진=한화생명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3년 만에 배당을 재개한 한화생명의 행보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대체적으로 배당 규모가 작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가도 배당정책을 발표한 직후 하루 동안 10% 가까이 빠졌다. 하지만 회계기준 변화로 재무실적이 안정화되는데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배당을 다시 하기로 한 것 자체가 긍정적이란 평가도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최근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15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 2020년부터 배당을 중단했다가 3년 만에 재개했다. 당기순익(개별 기분) 6163억원 가운데 총 1127억원을 배당해 배당성향은 18%를 기록했다. 

그런데 시장에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당초 한화생명이 지난 21일 실적발표회에서 배당을 다시 하겠다고 선언한 후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화생명이 주당 204원, 배당성향 20%로 결정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화생명이 과거 배당성향이 별도 기준 20%였다고 언급하면서 이 정도 수준으로 결정할 것이란 암시를 준 탓이다. 실적발표회 이후 증권사의 목표 주가도 잇달아 상향됐다. 하지만 23일 오후 이사회에서 결정한 배당 규모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배당에 대한 실망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된 분위기다. 한화생명이 배당을 발표한 직후 열린 26일 주식시장에서 한화생명의 주가는 전날 대비 9.6% 급락했다. 다음날인 27일에도 추가로 1%가 빠졌다. 이틀간 총 10%가 넘는 하락 폭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한화생명이 배당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한화생명을 비롯한 보험사들의 재무 실적은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생명을 비롯한 대형생보사들은 작년 하반기 내내 회계처리 방식을 바꾸는 바람에 ‘미래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이 계속 감소했다. 일부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아예 이미 발표된 재무제표까지 뜯어고쳤다. 

더구나 IFRS17에 맞춰 바뀐 자본건전성 제도인 신 지급여력비율(킥스·K-ICS)에 대한 부담도 큰 상황이다. 킥스는 기존 제도보다 더 많은 위험요인(해지·사업비·장수·대재해리스크)을 측정하기에 보험사 입장에서 자본비율을 관리하기가 더 어렵다. 더구나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큰 걱정거리다. 새 제도 아래선 부채를 시가평가하기에 금리 하락기엔 보험사의 부채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자기자본 감소를 불러와 킥스 비율 하락의 요인이 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자본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배당 확대를 자제할 것을 원한다. 한화생명의 작년 말 킥스 비율은 183%로 당국의 권고치(150%) 대비 여유가 있긴 하다. 하지만 배당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킥스 비율이 높은 다른 보험사들도 배당성향을 많이 높이지 못하고 있다. 킥스 비율이 200%가 넘는 삼성생명의 지난해 총 배당성향은 35%로 전년 대비 1%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또 한화생명의 주가 하락도 배당에 대한 실망만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내놓은 주가부양 정책에 대한 실망감도 영향을 미친 결과란 설명이다. 당초 정부는 저평가된 종목들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정작 26일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에는 상법 개정을 비롯해 투자자들이 요구해 왔던 정책보다는 기업의 자율적 노력을 중시하는 내용 위주로 담기면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했다. 이에 보험주들은 대부분 크게 하락했다. 대형 손보사인 DB손해보험의 주가도 26일 하루 동안 11%가 넘게 빠졌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생명의 킥스비율은 사측의 관리 목표(170~190%) 안에 있는 만큼 배당 재개는 가능하다"라면서 "하지만 동사의 높은 금리 민감도를 고려하면 당분간 주주환원은 큰 폭의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확대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자료=한화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한화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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