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전략자산, 홍콩 ABS사에 헐값 매각 논란
“공범”이라던 검찰, 10년 만에 ‘혐의없음’ 종결
고발인 “장기간 해외 도피 설명 안 돼···추가 수사도 없어”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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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KT의 무궁화위성 3호 불법매각 의혹과 관련, 9년간 해외로 출국했던 피의자를 뒤늦게 무혐의 결론 낸 검찰의 처분을 다시 판단해 달라는 항고가 접수됐다.

항고인은 피의자가 위법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왜 수사기관에 출석하지 않고 9년 이상 도피했는지 설명되지 않을 뿐 아니라, 검찰이 별다른 수사 없이 혐의없음 처분한 것은 노골적 봐주기라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KT가 연구·개발에 약 3000억 원이 투입된 무궁화위성 3호를 홍콩 ABS사에 미화 2085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230억 원)로 매각한 사건에 대해 2014년 11월 실무자 2명을 기소(대법원서 유죄 확정)했다. 이번 사건 피의자는 실무자 2명의 ‘공범’으로 공소장에 적시됐으나, 입건 10년 만인 지난달 말 무혐의 처분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 신헌섭 검사가 KT 위성사업개발팀 팀장으로 근무했던 김아무개 박사의 대외무역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 고발사건을 지난달 29일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한 것에 불복해 최근 항고했다.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이 있는 고소인·고발인은 검사의 처분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그 검사가 속하는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을 거쳐 서면으로 관할 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항고할 수 있다.

피의자인 김 박사는 과거 KT의 위성 사업 실무 책임자로 2010년 4월30일 무궁화위성 3호 매매계약 체결 직전(2010년 2월1일 입사) 매입사인 홍콩 ABS사 측 부사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KT의 무궁화위성 3호 불법매각 사건과 관련, 검찰은 지난 2014년 김성만 KT네트워크부문 부문장과 권영모 위성사업단 단장을 대외무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김 박사를 ‘공범’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KT 측에서 김 부문장과 권 단장이, ABS사 측에서는 김 박사가 공모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당시 검찰의 시각이었다.

이후 김 부문장과 권 단장은 2017년 4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각 1000만원의 벌금형)됐으나, 김 박사는 해외 출국으로 수사가 중지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해 김 박사의 귀국으로 수사가 재개됐고, 검찰은 입건 10년 만인 지난달 말 김 박사를 혐의없음 처분한 것이다.

검찰은 ▲매각 절차 실무를 담당한 직원들이 따로 있다는 진술 ▲김 박사 퇴사 후 매각 절차에 관여했다는 언급이 없는 점 ▲유죄가 확정된 김 부문장 등의 형사재판에서 법원이 ‘김 박사의 공모의 점이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범죄사실을 모두 삭제한 점 등을 불기소 이유로 삼았다.

이에 고발인 조 위원장은 항고이유서를 통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항고이유서에서 조 위원장은 ABS사의 무궁화위성 3호 매입 제의가 있었던 시점은 2009년 12월로 김 박사가 KT에서 명예퇴직(2009년 12월31일)하기 전이며, 김 박사가 이러한 사실을 직접적으로 인지했을 것으로 봄이 경험칙에 부합된다고 지적했다. 또 김 박사가 ABS사 부사장으로 2010년 2월1일 자리를 옮긴 후 매매계약 과정에 참여했다는 동료 직원 진술(언론사 인터뷰)에 대해 검찰이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과거 KT 임직원의 형사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가 김 박사의 공모관계 부분을 범죄사실에서 삭제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피의자가 미국으로 도피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구체적인 공모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피의자가 (지난해 말) 자진귀국해 수사기관에 출석 의사를 전달했을 때 더욱 철저한 수사를 진행했어야 할 기회를 검사가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로 마감했다면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검찰이 김 박사에게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을 적용하지 않은 것 역시 ‘법률 적용 누락’이라고 지적한다. 비밀유지의무가 있던 김 박사가 ABS사의 무궁화3호 인공위성 매입의사를 인지한 상태에서 부사장으로 이직한 행위는 산업기술 및 기업정보를 유출한 위법행위일 뿐 아니라 전체 국민의 공분을 야기하고 지탄받을 행위라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피의자는 무궁화위성 3호 불법매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자로 산업기술을 유출했을 뿐 아니라 국민적 공분을 초래한 장본인이다”며 “9년 이상 숨어 지내다가 갑자기 귀국해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KT가 보유한 무궁화위성 5호와 6호 위성의 설계수명이 한계에 다다라 매각 작업을 새롭게 진행해야 할 시기와 겹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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