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 380조원 들인 출산 정책 효과 없어
복잡하게 얽힌 대한민국 '저출산 방정식' 해답은 현장에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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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했었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했었다. 한때 이같은 캠페인을 벌였던 ‘출산 억제국’ 대한민국이 2024년 현재는 정반대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해 기준 대한민국 출산율은 0.7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출산율이 1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국가가 사라져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만 낳아 잘 기르기는 커녕 한 명도 채 낳지 않는 국가가 됐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타임즈는 한국의 저출산 위기를 보도하며 14세기 ‘흑사병’때보다 인구감소 속도가 빠르다고 지적했다. 그 외 외신들도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신기한 주제로 다뤘다. 사실상 ‘남의 나라 사정’일 뿐인데 타국 언론이 이슈로 다룰 만큼 대한민국 인구감소는 심각한 상황이다.

문제는 저출산 문제가 국가경쟁력 약화로 연결된단 것이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현 한국경제인협회)은 ‘인구구조 변화가 GDP에 미치는 영향 추정 및 시사점’ 연구를 통해 생산가능인구가 1%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이 약 0.59%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놨다. UN 인구자료에 따르면 2050년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2398만4000여명으로, 2022년 3675만7000여명보다 약 34.75%나 감소한다. 가장 생산성이 높은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며 향후 대한민국은 산업 경쟁력 및 외교력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지금 현재가 가장 나라가 부강한 정점일지도 모르는 셈이다. 지금부터라도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 산업군별로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는 현실적 이민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 인구 감소, 젊은세대부터 노년층까지 모두의 위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저출산 문제는 젊은 세대 뿐 아니라 노년층에게 특히 더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젊을 땐 고생하고 나이 들면 자칫 극빈층으로 여생을 보낼 위기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준 와세다대학교 교수는 “어느 나라나 연금제도는 내가 낸 것은 현 세대 노인이 쓰고 내가 노인이 되면 그 시대 젊은 층으로부터 부양 받는 시스템인데 지금 추세면 2040년 경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고령화가 심화된다”며 “70세 이상도 일하지 않으면 삶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출산 문제는 최근 몇 년 새 특히 부각되고 있지만 갑자기 찾아온 위기가 아니다. 2006년부터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을 편성해왔다. 이미 약 20년 전부터 인구감소가 사회 문제가 될 조짐이 있었고, 정부도 이미 이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들인 돈이 380조원이다. 20년의 시간과 수백조원의 예산이 들었는데 그 결과물이 ‘0.7명’인 셈이다. 380조웓도 GDP 대비 따져보면 다른 국가들보다 적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현 상황을 보면 보면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어떻게 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는 ‘단순 돈뿌리기’로는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집값이 비싸서 애를 못 낳는다’고 하기엔 다른 나라 사정과 비교된다. 대한민국만큼, 혹은 대한민국보다 중심지 집값이 비싼 국가의 국민들도 한국인보다는 아이를 많이 낳는다. ‘임금 때문’이라고 하기엔 대한민국보다 평균임금이나 최저임금이 훨씬 낮은 국가 국민들도 아이를 더 많이 낳는다. 또 국내만 기준으로 봐도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았던 과거가 오히려 지금보다 출산율이 높았다. 출산을 기피하는데 경제적 문제가 주요 변수인 것은 맞지만 단순히 그 요소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나마 현장에서 답이 들려온다. 우선 경제규모 및 버는 것에 대비해 양육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자체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각) CNN은 중국 위와인구연구소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1인당 GDP 대비 양육비(자녀 1명을 18세까지 키우는 비용)가 7.79배로 분석 대상 국가 중 1위라고 전했다. 2위는 중국으로 1인당 GDP의 6.3배다. 어린시절부터 아이 교육 및 입시에 사실상 ‘올인‘하다시피 하는 동아시아권 문화적 특성에 남과 자신의 상황을 견주는 특유의 비교문화 등이 더해져 아이를 낳는 것 자체가 ‘삶의 그레이드를 낮추는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한 40대 고소득 맞벌이 부부는 “남이 볼 때 많이 벌면 버는 대로 또 그 기준에 맞는 양육비가 들어가게 돼 있고 사회적 분위기상 그걸 줄이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라며 “둘째를 가져볼까 했는데 지금 들어가는 비용만큼이 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많은 것을 포기해야 돼 생각을 접게 되더라”고 전했다.

◇ “낙오자 낳는거라면 피하고 싶어”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여전한 줄세우기식 입시교육 시스템 속에 경제적 사정이 풍족치 않으면 자식의 낙오를 막기 위해 아예 출산을 포기하기도 한다. 한 40대 딩크 부부는 “다들 교육에 막대하게 돈을 쓰던데 난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가 없다”며 “사실상 낙오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내 자식을 그렇게 살게 하고싶진 않고 그래서 낳을 생각도 없었다”고 전했다.

맞벌이 부부가 일반적인 현실이 된 지 오래인데 여전히 육아 때문에 승진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도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의 제도가 있지만 사실상 승진 등 회사 내에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있다. 제도가 존재하는 것은 다른 나라들과 똑같지만 눈치를 봐야 하고 향후 커리어에 영향이 있다는 것이 결정적 차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지금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단순한 일회성 경제적 지원을 넘어 문화적, 사회 구조적으로 총체적 변화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이코노미>는 그 해답을 찾아 20~40대 남녀 100명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기로 했다. 또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나라들로부터 그 해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다시 ‘아이소리 우렁찬 국가’를 만드는 길을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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