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배터리에서 리튬·코발트·구리 등 ‘희소 광물’ 확보
현대차·글로비스, 폐배터리 순환 체계 구축 앞장···지분 투자 방식
LG엔솔, 中 기업과 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 설립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만든 에너지저장장치(ESS). / 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만든 에너지저장장치(ESS). / 사진=현대차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폐배터리는 ‘도시광산’으로 불린다. 도심에서도 리튬이나 코발트, 구리 등 희소 광물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성장에 맞춰 폐배터리는 오는 2050년 600조원 규모의 초대형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 및 배터리, 소재 기업 등은 ‘합종연횡’을 통해 해당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28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2019년 1조6000억원에서 2030년 20조원, 2050년에는 60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폐차되는 전기차가 많아질수록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활성화된다. 세계 전기차 폐차 대수는 2025년 56만대에서 2040년 4227만대로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폐배터리 발생량은 같은 기간 44GWh(기가와트시)에서 3339Gwh로 증가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약 10년으로 조만간 폐배터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2015~2017년에 판매된 1세대 전기차들의 수명 종료가 2025~2027년으로 점차 다가오고 있다”며 “폐배터리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에 앞서 많은 기업이 해당 산업에 진출한 이유는 높은 시장가치와 블루오션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 참여자는 크게 정부와 민간기업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부터 보급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폐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할 의무를 없애기로 환경부가 결정한 바 있다. 차량 배터리의 소유권은 소유주에게 귀속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고 재활용할 배터리를 구할 수 있는 셈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민간 폐배터리 시장 활성화에 많은 기업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을 찾아 협업하거나 지분 인수, 투자 등 합종연횡을 실시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폐배터리를 회수해 ESS로 재사용하거나 유기금속을 추출하는 ‘폐배터리 순환 체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폐배터리 전처리 기술을 가진 ‘이알’에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폐배터리 공정은 전처리 및 후처리로 구분된다. 전처리는 물리적 방식으로 폐배터리에 남은 전력을 방전시키고 해체한 후 불순물을 제거해 양극재 분리물인 블랙파우더를 만든다. 후처리는 블랙파우더에서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것이다.

포스코홀딩스는 GS에너지와 합작사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를 설립해 폐배터리 산업에 참가했다. 수거는 물론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도 진출해 ESS나 캠핑용 장비로 다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배터리 3사 역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코발트 생산 업체인 ‘화유코발트’와 리사이클링 합작법인을 설립해 폐배터리에서 희귀 금속을 추출할 방침이다. 아울러 LG화학과 함께 북미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라이사이클’에 투자를 단행해 지분 2.6% 확보했다.

완성차 및 배터리, 소재 기업 외의 분야도 폐배터리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중이다. SK에코플랜트는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자회사 ‘테스’로 미국과 영국, 중국 등 23개국에 46곳의 사업장을 확보했다. 테스는 도시광산 사업을 위해 SK가 2022년 1조2000억원에 인수한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 재활용은 광물 자원에 대한 직접적인 확보보다는 자원 수급량이 적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없고 친환경 측면까지 충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금속 재활용으로 또한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어 현재보다 많은 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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