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이익, 신규 고객 유입은 긍정적
업비트 의존도 또 오르면 문제될 수도

서울 을지로 케이뱅크 사옥 / 사진=케이뱅크
서울 을지로 케이뱅크 사옥 / 사진=케이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비트코인이 급등하면서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에도 도움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케이뱅크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계좌 계약을 맺고 있다. 일단 수수료수익 확대와 신규 고객 유입을 기대할 수 있기에 가상자산 시장 호황은 상장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또 업비트 의존도가 올라가면 오히려 기업가치 평가에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비트코인은 27개월 만에 5만4000달러(약 7190만원)를 돌파했다. 올해 4월 예정된 반감기에 대한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은 총공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돼 있어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거친다. 그 결과 비트코인 공급 물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크게 뛰는 경향을 보인다. 

시장에선 당분간 비트코인이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반감기 뿐만 아니라 미국 증권당국이 올해 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미국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계속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금리 하락기가 다가온다는 점도 시세 상승을 점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최근 가상자산 시총 2위인 이더리움도 상승세를 탔다. 

업계에선 비트코인 상승은 IPO를 앞둔 케이뱅크에 일단 호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비트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거래량 점유율이 약 75%로 1위다. 업비트는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기준으로도 바이낸스에 이어 거래량 2위에 오른 바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0년 업비트와 계좌 개설 계약을 맺으면서 그간 이어진 경영 부진을 털어냈다. 

우선 기대되는 점은 수수료수익 증가다. 케이뱅크는 실명계좌 발급 계약 조건으로 업비트에게서 입출금 수수료로 건당 300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시세 상승으로 거래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입출금 규모도 커진다. 케이뱅크는 비트코인 시장이 활황이던 지난 2021년 292억원의 수수료이익을 챙긴 바 있다. IPO를 앞두고 당기순익을 어떻게든 늘려야 하는 케이뱅크 입장에서 수수료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마른 땅의 단비’와 같을 것이란 평가다.  

신규 고객 유입도 기대할 수 있는 효과다. 비트코인 투자로 새로 케이뱅크 계좌를 개설할 고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대목이다. 인터넷은행이 높은 가치를 받기 위해선 모바일 앱의 이용자 수가 많아야 한다. 디지털 앱이 경쟁력 있는 플랫폼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케이뱅크가 최근 고객 수가 1000만이 넘었다고 적극적으로 알리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다만 업비트 계좌 관련 예금 규모가 크게 불어나면 이는 자칫 IPO에 부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금 조달에 있어 업비트 의존도가 올라가면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 자금 유출 규모가 불어날 수 있다. 케이뱅크는 2021년엔 전체 예금 가운데 업비트와 관련된 예금(법인예수금)은 약 60%에 달했다. 이에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가 업비트의 사금고가 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케이뱅크는 그간 업비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업비트 계좌 외 정기예금을 크게 늘리고 생활통장, 모임통장 등 업비트 계좌 외 수시입출식 예금 가입을 적극 유치했다. 이에 지난해 9월 말 전체 예금 가운데 업비트 계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이는 케이뱅크의 노력뿐만 아니라 그간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은 이유도 컸다. 가상자산 시장은 지난해 3분기까지는 부진하다 4분기부터 상승세를 탔다. 올해 다시 업비트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트코인이 최근 올라 케이뱅크의 업비트 관련 예금이 늘겠지만 투자 광풍이 불던 2021년 수준까지 늘어날지는 미지수"라면서 "케이뱅크는 어쨌든 업비트 계약을 통한 긍정적인 측면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케이뱅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케이뱅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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