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개 사업장 중 30~40곳 제출
제출 연장에도 사업장별 합의 난항
기업개선계획 수립 불투명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태영건설 본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절반이 처리방안을 제출하지 못했다. 사업장마다 시공사 유지, 대체 시공사 선정, 추가 자금 조달 방안 등을 두고 사업자·대주단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처리방안을 늦게 수립할수록 각종 비용이 커져 기업개선 과정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과 사업장 59곳 중 30여곳 대주단이 사업장 처리방안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절반 가량이 처리방안을 확정하지 못한 셈이다. 시공사 교체 여부는 물론 자금 조달 및 조달 주체 등 복잡한 이해관계에 합의 절차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앞서 처리방안 제출 시한이 이달 10일에서 26일로 한차례 미뤄지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합의를 하지 못해 처리방안을 아예 제출하지 못하는 사업장도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태영건설이 공사를 맡은 PF 사업장 전국 59곳이다. 이 중 착공 전 브릿지론 단계가 18곳, 공사가 시작된 본PF 단계 사업장은 41곳이다.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경매와 공매로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중순위와 후순위 채권자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후순위 채권자가 투자금을 받기 어려운 일부 브릿지론 사업장은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한 정상화 계획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 걸포4지구 도시개발사업, 김포 테크노밸리 도시첨단산업단지, 오산 세교 공동주택 개발사업 등은 시공사 교체 방침을 정했다.

여기에 착공하지 않는 사업장 중 일부가 공사 중단을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공사 진척도가 높은 사업장의 약 3분의 1은 아직까지 처리방안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양률이 낮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비수도권 사업장은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며 “본PF 단계 사업장의 경우 신규 자금 조달 등 유동성 공급을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처리방안이 늦춰질 경우 태영건설 자산·부채 실사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초 산은은 사업장별 처리방안을 반영해 다음 달 중으로 태영건설에 대한 실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이 결과를 토대로 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하고 4월 11일 채권단 협의회를 개최해 기업개선계획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업계에선 정리방안을 늦게 수립할수록 각종 비용이 커져 기업개선 과정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관측이 나온다. 처리안이 제출된 PF 사업장 중 규모가 가장 큰 마곡 CP4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3700억원의 추가 자금 투입에 기존 사업장 대비 최대 2.5배를 웃도는 연 8.5%의 금리가 제시됐다. 향후 사업을 이어갈 대주단의 금리 수준에 마곡 사업장의 금리가 기준으로 작용할 경우 워크아웃 작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리 방향을 협의해 방안을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사업장 처리 방안 제출을 완료한 한 사업장의 경우 100% 분양을 완료한 상황으로 현재 중도금을 받아 공사비를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은행들에서 중도금대출을 더 이상 실행해 줄 수 없다고 해 추가 진행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가 줄줄이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장이 많은 데다 사업자·대주단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시간이 걸리는 모양새다”며 “채권자 입장에선 채권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예상되는 사업장에선 처리방안 수립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출이 지연될수록 전반적인 비용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악화해 손해가 커질 우려가 있는 만큼 산은이 제출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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