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 규모 2차 계약 위해 자본금 한도 증액 필요
한국수출입은행 법정자본금 한도 15조→25조원 확대
오는 29일 법안 통과 유력···무산 위기 넘길 전망 지배적
기편성 예산안에 증자안 미반영···올해 국한해서는 현물출자 예정

한국수출입은행의 자본금 한도를 늘리는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이 국회 소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입법 9부 능선을 넘었다. 해당 개정안은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한국수출입은행의 자본금 한도를 늘리는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이 국회 소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입법 9부 능선을 넘었다. 해당 개정안은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한국수출입은행 법정자본금 한도 확대가 골자인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 경제재정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향후 자본금 확충 절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폴란드 야권연합이 8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하면서 전 정부 시절 추진된 각종 정책이나 핵심 사업을 번복할 가능성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 수출과 관련해 이행 계약이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현행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이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앞서 수은법 개정은 지난 21일 국회 경제재정소위원회를 통과한 바 있다. 이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수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한국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추진됐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는 15조원이다. 자본금 한도 소진율은 99%에 육박한다. 정부 출자 등을 통해 더 이상의 자본 여력을 확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현행 수은법상 특정개인과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어 방산산업 같은 초대형 수출 계약 지원 등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방위산업 수출 등 대형 계약은 정부 간 계약 성격이 짙다. 통상적으로 ECA(수출신용기관)인 수은 등을 통해 수입국에 대출을 해주는 것이 세계적인 관례다. 그러나 한국수출입은행의 신용공여 한도는 대형 수출 계약 지원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은 자본금 15조원을 포함해 18조4000억원 수준이다. 동일 차주에게 빌려 줄 수 있는 최대한도는 40%인 7조3600억원 수준으로 수십조원의 방산산업 계약 규모를 고려하면 부족한 규모다.

앞서 지난 2022년 폴란드 정부와 맺은 방산 수출 계약에 대해 한국수출입은행은 1차 계약에서 이미 6조원가량을 지원해 한도 대부분을 소진했다. 30조원 규모의 2차 계약을 위해서는 법정자본금 한도 증액이 필요하다. 대출한도를 늘리지 못하면 폴란드와 2차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오는 29일 법안 통과가 유력해지면서 무산 위기는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방위사업청이 폴란드 수출과 관련해 긴밀하게 2차 이행계약을 논의하고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정권 교체 이후 그 동안 한국과의 무기계약에서 제공받기로 한 융자금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계약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폴란드는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야권 연합이 과반을 확보하면서 정권 교체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15일 열린 폴란드 총선에서 도날트 투스크 전 총리는 8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고 폴란드의 신임 총리로 확정됐다. 야권연합은 그동안 자국 내 한국 무기체계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경계해왔다. 또한 한국 무기 구입 자금을 위한 특별 예산 편성에 대해서도 비판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애당초 폴란드 총선 전 적절한 대안이 마련돼 금융지원이 이뤄졌다면 2차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됐을 것이다"면서도 "지금이라도 2월 임시국회에서 수은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져 다행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미 편성된 정부 예산안에 수은법 자본금 증자안이 포함되지 않아 수은법 개정안이 최종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올해에 한해서는 현물로 출자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직접 현금을 출자하려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현물출자는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현재로서는 한국도로공사 등 정부 보유 공공기관 주식을 한국수출입은행에 현물출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수은법 개정을 가정하고 수출입은행에 7년 동안 최대 15조원 규모의 대규모 출자를 단행하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수은에 10조원을 현물 출자하면서 5조원을 현금 출자하는 후속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행 과정에서 계획이 변동될 수 있다는 단서를 제시한 만큼 이번 수은법 개정안에 맞춰 출자 규모와 시점이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조속히 자본금을 확충할 수 있도록 단계별 출자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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