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없는 줍줍 특성상 청약에서 불리한 젊은층 참여 많아
계약금 없어 포기한 줍줍 아파트, 현금부자에게 돌아가···3년여 사이 55억 넘게 뛰기도

서울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전경. 하수암거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임시사용 상태다.
서울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전경. 하수암거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임시사용 상태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지난 26일 무순위 청약(줍줍)을 진행한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100만 청약설을 실현하며 국내 청약경쟁률 역대 최고 신기록을 새로 썼다. 이달 말 청약당첨자 발표가 나오기까지 101만명의 희망회로 돌리기가 시작되는데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자금 마련이다.

업계에서는 청약통장 유무, 가점, 거주지역 제한, 전매 등 아무런 제약이 없었던 이번 줍줍의 특성상 청약에서 가장 불리한 20·30대 젊은층이 다수 참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젊은 층은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실제 3년여 전인 2020년 5월 서울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줍줍도 인근 시세대비 10억원 가량의 차익이 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26만명이 몰리며 역대 최고경쟁률 기록을 새로 썼다. 그러나 248㎡(구 75평) 타입 당첨자는 계약금 납부일 당시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결국 예비당첨자 1번에게 돌아간 사례가 있다.

이 타입은 줍줍 당시 분양가가 37억5800만원이었는데, 지난달 초 93억원에 실거래됐다. 10억 차익을 예상했던 집값이 3년 8개월 사이 무려 55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전세시세 조차 이미 분양가 대비 2배나 껑충 뛴 수준인 75억원대다.

예비당첨자 1번이었다가 운 좋게 해당 주택을 차지하게 된 40대 뉴질랜드인 A씨는 이듬해인 2021년 자신이 매수한 매매금액보다도 8억원 가량 비싼 45억원에 전세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은 서울 서초구에 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임차를 맞춘 것까지 감안하면 소위 말하는 무일푼 ‘플피’(플러스피) 투자가 된 셈이다.

같은 해 12월 또다시 청약기록 역사를 새로 쓴 서울 은평구 DMC파인시티자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최소 5억원 로또라며 청약인파 30만명이 몰려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고, 전용 59㎡(구 25평)에 만 29세 1991년생 여성이 당첨됐지만 계약금 1억원을 넣지 못하며 예비당첨자 1번에게 순번이 돌아간 것이다.

이처럼 무순위 청약에 당첨됐다가 자금이 충분치 않아 계약을 포기할 경우, 최고 10년간 재당첨 제한을 받게 돼 향후 일반분양 청약 도전이 불가능하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근래에 분양하는 사업장은 원자잿값 인상으로 분양가가 높다보니 젊은층 중심으로 4년전 분양가 수준인 줍줍물량에 몰리며 경쟁률이 치솟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당첨이 되고도 자금력 부족으로 안타깝게 포기하는 사례도 실제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고 기록을 쓰진 못했지만 이에 준하는 줍줍 단지에서 당첨자가 20대였던 사례는 또 있다. 2020년 한 고위공무원이 고위공직자 다주택자 제한으로 인해 자신이 보유했던 세종시 리더스포레 전용 99㎡(구 38평) 분양권을 포기하게 됐고, 해당 주택 무순위청약에 약 25만 명이 도전하며 그 시기 역대 최고 기록에 준하는 청약수요가 몰렸다.

이 세대는 당시 만 22세 1998년생 여성이 당첨됐다. 분양가는 4억4000만원이었는데, 당첨자는 제2금융 대출을 활용했고 해당타입은 지난달 10억3000만원에 손바뀜된 점에 미루어보면 20대에 줍줍으로 5억 차익 실현, 10억원대 주택 소유주가 된 셈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