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리수 영업이익률 목표···한국선 5%도 채 안돼
마세라티 코리아 출범···지프·푸조 수익성 강화도 추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마세라티 강남 서비스센터. / 사진=FMK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마세라티 강남 서비스센터. / 사진=FMK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한국 지사 설립 계획은 없다. 기존 파트너십이 좋기 때문에 지사를 세울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지난 2021년 당시 마세라티의 기무라 다카유키 아태지역 총괄이 국내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밝힌 말이다. 마세라티는 2007년 한국 진출 후 수입차 총판업체 FMK와 협업해 국내 사업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진출 17년 만인 올해, 한국지사 ‘마세라티 코리아’를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사업 체제를 전환하기로 결단 내렸다. 그간 부진했던 한국사업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본사가 직접 나섰다는 것이 국내 업계 중론이다.

유럽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최근 마세라티를 비롯한 산하 완성차 브랜드의 한국 사업을 재편하는데 힘 쏟고 있다. 2030년 영업이익률 12% 초과를 목표로 재무 관리에 공들이는 가운데, 수익성 낮은 한국 사업에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글로벌 중장기 재무목표를 수립한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한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이다.

스텔란티스의 시장별 영업이익률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스텔란티스의 시장별 영업이익률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글로벌 영업이익률 12% 육박···한국선 0~3%대

스텔란티스는 미래차 시대에 발맞춰 전동화, 소프트웨어 등 신사업 분야를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세운 구체적 사업 목표로 주요 시장인 북미·유럽 이외 지역에서 순수익 25% 이상 창출, 프리미엄·럭셔리 브랜드 신차 매출 11% 달성을 제시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2021년 FCA, PSA 등 두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병합으로 탄생한 후 사업 시너지를 일으키는데 성공하며 재무 성과를 개선해왔다. 통합 전 FCA가 영업이익률을 6%대로 유지했고, 이후 출범한 스텔란티스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모두 개선하며 두자리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며 지난해 11.8%를 기록했다.

국내 수입차 총판업체 FMK의 브랜드별 판매 실적 및 영업이익률 추이. / 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전자공시시스템
국내 수입차 총판업체 FMK의 브랜드별 판매 실적 및 영업이익률 추이. / 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전자공시시스템

반면 한국 재무 성과는 비교적 미진하다는 분석이다. 본사와 같은해 출범한 스텔란티스 코리아도 매출, 영업이익을 모두 개선하며 영업이익률도 점진적으로 높여왔지만 2022년까지 2년간 3%대의 낮은 범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성과는 감사보고서 공시를 앞두고 있어 공개되지 않았다.

마세라티 사업은 더욱 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FMK는 마세라티, 페라리 두 브랜드의 사업을 펼쳐온 가운데 최근 0%대 영업이익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당 기간 페라리의 판매실적이 양호한 흐름을 보인 반면, 마세라티 판매실적이 지속 하락세인 점을 고려할 때 마세라티 사업 부진이 FMK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마세라티의 기무라 다카유키 아태지역 총괄대표(왼쪽)와 김광철 FMK 대표이사가 지난해 4월 4일 한남 전시장에서 스포츠카 MC20 첼로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FMK
마세라티의 기무라 다카유키 아태지역 총괄대표(왼쪽)와 김광철 FMK 대표이사가 지난해 4월 4일 한남 전시장에서 스포츠카 MC20 첼로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FMK

◇“지사 안 세운다”던 다카유키 사장, 한국 직영 담당

스텔란티스는 마세라티, 지프, 푸조 등 사내 브랜드별 한국 운영 성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실행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추진 중인 전략의 핵심 포인트는 ‘현지화’로 분석된다.

오는 7월 1일부로 출범하는 마세라티 코리아가 주요 사례다. 스텔란티스의 럭셔리카 브랜드 중 하나인 마세라티는 한국의 영업, 마케팅 활동을 직접 관할하며 딜러사들과 협업해 판매망을 운영해 간다는 전략이다. 국내 수입차 업계의 일반적인 사업 방식이다. 3년 전 마세라티 아태지역을 이끈 다카유키 총괄이 마세라티 코리아를 비롯해 일본 법인을 담당하는 지사장(managing director)으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마세라티 코리아는 장기간 파트너십을 이어온 FMK와 딜러사 계약을 새롭게 체결하며 협력관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기존 협력 구도를 급전환하지 않고 직영 체제를 안착시키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향후 세일즈, 재무 목표에 관해) 현재로서는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한국 내 브랜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려는 취지로 마세라티 코리아 출범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제주시 연북로에 위치한 지프-푸조 통합 전시장. / 사진=스텔란티스 코리아
제주시 연북로에 위치한 지프-푸조 통합 전시장. / 사진=스텔란티스 코리아

◇스텔란티스 코리아, 브랜드 시너지·리더십 강화 추진

글로벌 본사와 함께 출범한 스텔란티스 코리아도 사업 병합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간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통합 전 두 기업의 브랜드별 사업권을 쥔 후 수익성 강화를 추진해왔다.

이 일환으로 저조한 판매실적을 이어온 프랑스 완성차 브랜드 시트로엥의 신차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고급차 브랜드 푸조의 신차 라인업 확대에 집중해왔다. 이와 함께 푸조와 미국차 브랜드 지프의 전시장 기능을 한 건물에서 통합 제공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효율 강화를 노리는 중이다. 최근에는 르노코리아자동차 임원 출신인 방실 사장을 새롭게 영입해 성과 확대를 노리는 중이다.

지난 1월 30일 신규 선임된 방실 스텔란티스 코리아 신임 사장. / 사진=스텔란티스 코리아
지난 1월 30일 신규 선임된 방실 스텔란티스 코리아 신임 사장. / 사진=스텔란티스 코리아

스텔란티스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지프, 푸조, DS오토모빌과 마세라티를 별도 운영하며 브랜드별 특색을 시장에 어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스텔란티스의 사업 재편 행보에서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분류하고 적극 공략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마세라티는 그간 총판 체제에서 마케팅, 영업 활동에 일부 제약을 경험했을텐데 직영 체제 전환으로 브랜드 입지 강화가 더욱 수월해 질 것”이라며 “스텔란티스는 단기간 실적을 기준으로 권역별 사업을 좌지우지하지 않고 수익성, 효율 강화에 초점 맞춰 경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