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후보 꺾고 차기 지주 회장 최종후보 선임

황병우 차기 DGB금융지주 회장 최종후보자
황병우 차기 DGB금융지주 회장 최종후보자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그룹 지휘봉을 잡는다. 전국구 은행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는 DGB금융지주를 이끌 적임자로 선정됐다. 황 후보자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작업에 참여한 핵심 인물 중 하나다. 다만 DGB금융의 ‘승부수’가 성공할지는 미지수이기에 황 후보자의 어깨도 무겁다. 

◇시중은행 전환 성공 이끌 적임자

DG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황병우 대구은행장을 차기 지주 회장 최종후보로 선출했다고 26일 밝혔다. 다음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의 표결을 거치면 최종 선임된다. 황 후보자는 두 명의 굵직한 외부 출신 후보를 제치고 그룹 수장에 올랐다. 숏리스트에는 내부출신인 황 후보자 외에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이 포함됐다. 권 전 행장과 김 전 사장 모두 대형 시중은행장 경험이 있다.

DGB금융 회추위가 황 후보자를 선택한 이유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사업 때문이다. 황 후보자는 대구은행장을 맡으면서 김태오 DGB금융 회장과 함께 시중은행 전환 사업을 주도했다. 그룹 미래가 달린 사업을 한 방향으로 꾸준히 추진하기 위해선 황 후보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1967년생인 황 후보자는 대구 성광고등학교와 경북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경북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대구은행에 발을 들였다. 학창 시절을 모두 대구지역에서 보냈을 뿐만 아니라 사회 경력도 모두 대구은행과 DGB금융에서 쌓았다. 

황 후보자는 김 회장이 신뢰하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18년 취임한 김 회장은 외부출신인 까닭에 임기 초 조직 장악력이 부족했다. 이때 황 후보자를 비서실장으로 임명해 가장 가까운 거리로 불러들인 것이다. 이후 지주 경영지원실장 및 이사회사무국장, 그룹미래기획총괄, ESG전략경영연구소장 등을 맡아 그룹의 굵직한 사업 전반에 관여했다. 그러다 지난해 초 최대 계열사인 대구은행장에 임명됐다.   

특히 그는 DGB금융 조직의 고질적인 문제인 내부 파벌 싸움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DGB금융은 오랜 기간 경북고 출신과 대구상고·영남대 인물 간의 파벌 싸움이 벌어졌다. 성광고·경북고를 나온 황 후보자는 어느 쪽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인물인 셈이다. 더구나 임직원들과 두루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온건한 성품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국구 은행' 돼도 인뱅·대형은행 공격은 여전

황 후보자 앞길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법률상 시중은행 전환에는 성공해도 이를 통해 그룹이 실제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황 후보자의 '묘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DGB금융이 시중은행 전환 사업을 밀어붙인 이유는 '생존' 때문이다. 인터넷은행과 대형 시중은행의 적극적인 영업으로 DGB를 포함한 지방금융지주는 큰 위기에 빠졌다. 

DGB금융이 밝힌 시중은행 전환 사업의 핵심은 ‘효율성’ 극대화다. 시중은행으로 전환돼도 지점을 최소한으로 늘려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개인금융은 은행의 디지털 앱인 iM뱅크를 통해 성장한다. 시중은행으로 탈바꿈해 근거 지역에 국한돼 형성된 이미지를 벗고 디지털 앱의 전국적 인지도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디지털 기술로 모두 해결할 수 없는 기업금융은 기업금융전문역(PRM)을 통해 주요 지역에 거점만 세워 고객을 확보한다. PRM은 시중은행에서 퇴임한 기업영업 전문가들을 영입해 기업체를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전개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전략이 먹힐지는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은행 간판이 바뀐다고 해서 iM뱅크 가입자가 대거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은행처럼 파격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비용 부담도 커진다.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마케팅 비용으로 돈을 써야하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크게 내리고 일부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않게 되면 오히려 효율성이 하락할 수 있다. 

기업금융도 PRM으로 대형 시중은행과 경쟁이 될지 불확실하다. 대형은행들은 최근 중소기업 대출 확보에 혈안이다. 일부 시중은행은 지방 구석구석까지 영업력을 확대해 해당 지역에 대거 지점을 가지고 있는 지방은행도 피해를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추가 지점 없이 대형은행과 영업 경쟁이 가능할 것인가란 의문이 나온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