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위주였던 대형차로 ‘脫 디젤’ 전략 가동
신흥국 디젤차 수요 여전···단종 여부 불투명

2024 팰리세이드 캘리그래피 블랙 에디션. / 사진=현대차
2024 팰리세이드 캘리그래피 블랙 에디션. / 사진=현대차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경유(디젤)차를 제품군에서 배제하고 빈 자리를 하이브리드차로 채우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스타리아, 팰리세이드 등 대형 승용차와 승합차의 라인업에서 디젤을 배제하는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최근 사례로 스타리아에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한 신모델로 당국 인증을 획득했다. 내달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스타리아 1.6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은 차량의 전신인 스타렉스를 포함해 현대차 소형 승합차 모델 중 처음 도입된 하이브리드 버전이다.

이 뿐 아니라 업계에서는 내년 현대차가 출시할 팰리세이드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에 디젤 버전이 배제되고 2.5 가솔린 터보 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버전이 처음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최근 제네시스가 업계 트렌드를 고려해 하이브리드차 최초 출시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과 맞물려 고배기량 하이브리드 엔진에 대한 업계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중이다.

현재 현대차의 시판 차량 중 디젤 엔진을 장착한 모델은 투싼, 팰리세이드 2종이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도 국내 라인업 11종(전기차, 파생모델 포함) 가운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70(쿠페 제외), GV80 2종만 디젤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형제 브랜드 기아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디젤차를 추후 배제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일환으로 내년께 출시할 소형 SUV 셀토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에 디젤 모델을 빼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처음 추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024 투싼 하이브리드. / 사진=현대차
2024 투싼 하이브리드. / 사진=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 디젤 판매 압도···엔진생산도 일부 중단

현대차의 이 같은 제품 전략은 최근 전기차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가 급부상한 트렌드를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늘어나며, 디젤차로 인기를 모으던 모델의 라인업이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 준중형 SUV 투싼의 디젤 모델 판매량은 지난 5년간 줄곧 하락해온 반면, 2020년 처음 출시된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추이는 상승세를 보였다. 현대차의 전략적인 생산량 조절이 일부 영향을 끼쳤지만, 근본적으로 모델별 수요가 현대차 생산계획을 좌우했다는 분석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는 차량의 디젤 모델 수요도 감소하는 실정이다. 제네시스 준대형 SUV GV80의 3.0 디젤 모델은 지난해 1784대 판매돼 전년(4985대) 대비 64.2%나 감소했다. 반면 같은 차량의 2.5 터보, 3.5 터보 등 가솔린 모델 2종(2만7076대)은 전년(1만8454대) 대비 4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엔진별 모델 생산량도 줄었다. 디젤차 수요 하락세가 여러 브랜드에 걸쳐 나타나는 상황이다.

현대차 투싼의 동력원별 내수 판매 추이. / 자료=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현대차 투싼의 동력원별 내수 판매 추이. / 자료=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현대차는 디젤차 수요 감소세를 고려해 지난해 말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던 2.5ℓ, 2.0ℓ 배기량별 승용차용 디젤엔진의 공정을 멈춰 세우기도 했다. 현대차가 승용차용 디젤 엔진의 생산 물량을 줄인 것은 향후 승용 디젤차의 양산 규모를 줄이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디젤차 수요를 대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파워트레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의 스마트스트림 2.2 디젤 엔진(왼쪽)과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 사진=HMG저널
현대자동차의 스마트스트림 2.2 디젤 엔진(왼쪽)과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 사진=HMG저널

◇현대차, 인도 디젤 판매 2위···“내연기관 고수익 창출”

최근 완성차 업계의 파워트레인 개발 동향에 대한 초점이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순수전기 시스템 두 개에 쏠려, 디젤 엔진에 대한 주목도는 더욱 떨어지는 중이다. 다만 현대차가 승용차 라인업에서 디젤 모델을 완전히 배제할지는 미지수다. 전기차 판매비중을 100% 달성하는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고, 내연기관차 투자의 규모를 갈수록 줄일 뿐 일정 비중을 유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동차 사업 전략 ‘현대 모터 웨이’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30년 34%로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2030년 이후 전기차 수익의 내연기관차 수익 초과를 목표로 사업을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전체 투자 대비 내연기관차 분야의 비중을 내년까지 47%로 유지하다가 2026~2030년 43%, 2031년 이후 38%로 점차 줄일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6월 20일 발표한 사업 전략 현대 모터 웨이를 통해 공개한 중장기 투자 계획. 내연기관차(ICE) 투자가 점진적으로 축소되지만 일정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다. / 자료=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6월 20일 발표한 사업 전략 현대 모터 웨이를 통해 공개한 중장기 투자 계획. 내연기관차(ICE) 투자가 점진적으로 축소되지만 일정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다. / 자료=현대차

이는 전기차 확산이 비교적 더딘 동남아 등 신흥 시장의 내연기관차 수요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담긴 로드맵이다. 실제 인도의 디젤차 수요가 최근 수년간 줄고 있지만 고급차 시장에서는 오히려 상승하는 등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현지에서 디젤차 판매 2위 브랜드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차는 디젤 엔진을 단종시킬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같은 공정에서 생산하며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절한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디젤차 단종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압력이 본격화하지 않고, 차량 수요가 존재하는 한 디젤차 생산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내연기관차가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 추세 속 주요 수익원으로써 새삼 중요해진 상황이다.

현대차는 “현대 모터 웨이 실행과 지속적인 내연기관의 고수익 창출, 미래 모빌리티 사업 확대를 위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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