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보조금 3분의 1로 줄어들며 판매 감소 전망
현대차그룹, 가장 큰 수혜···최대 수준 보조금에 EV3 등 보급형 모델 출시
KGM·폭스바겐·폴스타 등도 가격 인하···향후 출시 모델도 보조금 맞춰 인하 가능성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테슬라 전기자동차 보조금이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테슬라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국내외 완성차 업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테슬라는 전세계 전기차 선두 기업이자, 국내에서도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데 올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되면서 다른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생길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테슬라 모델Y RWD(후륜구동)에 대해 보조금 195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작년 514만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테슬라 보조금이 대폭 줄어들면서 덩달아 판매량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시장조시가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모델Y RWD 판매량은 1만3885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수입차 모델 중에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E클래스와 BMW 5시리즈에 이어 가장 많은 판매량이며, 수입 전기차 중에선 독보적인 1위다. 국산을 포함한 전체 전기차 모델 중에선 기아 EV6,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에 이어 3위다.

지난해 테슬라 모델Y RWD는 기존 모델Y 대비 가격이 약 2000만원 가까이 떨어진데다, 높은 수준의 보조금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테슬라 모델Y 보조금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든데다, 경쟁 모델 출시도 이어지는 만큼 판매 감소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올해에는 테슬라가 모델3 RWD도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모델도 비슷한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그룹, 테슬라와 보조금 차이 500만원 가까이 벌어져

국내외 완성차 업계는 테슬라 빈틈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인 가격 할인 등을 통해 판매 확대에 속도를 낸다.

테슬라 점유율을 넘겨받을 가장 유력한 곳은 현대차·기아다.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경우 최고 수준의 보조금을 책정 받아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올해 현대차 아이오닉5 2WD 롱레인지, 아이오닉6 롱레인지 2WD는 최대 690만원, 기아 EV6 롱레인지는 최대 684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이는 국고보조금 중 최고 수준이며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의 경우 오히려 작년보다 보조금이 더 많아졌다.

아이오닉6. / 사진=현대차
아이오닉6. / 사진=현대차

이에 따라 테슬라 모델Y와 보조금 격차가 500만원 가까이 벌어지게 됐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올해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등 주력 모델을 할인하며 가격을 낮춰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는 차량 가격 할인 120만원에 전기차 충전 크레딧 80만원, 월별 재고할인 최대 500만원 등을 포함해 최대 700만원 가격을 낮출 전망이다. 코나 EV도 최대 380만원 가격을 할인한다.

기아도 EV6 300만원, EV9 350만원, 니로 EV 100만원 등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아울러 올해 기아가 EV3, EV4 등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기존 테슬라 시장을 현대차와 기아가 나눠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EV3는 오는 6월 출시 예정이며 보조금 포함 시 3000만원대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KGM, 토레스 EVX 가격 200만원 인하···다른 기업들도 보조금 따라 가격 내려 

현대차그룹 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 기업들도 테슬라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가격 경쟁에 나선다.

KG모빌리티는 올해 토레스 EVX 가격을 최대 200만원 내리기로 했다. 토레스 EVX의 경우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해 올해 보조금이 457만원으로 작년보다 줄었지만, 회사는 가격 할인을 통해 보조금 감소분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토레스 EVX. / 사진=KG모빌리티
토레스 EVX. / 사진=KG모빌리티

폭스바겐 ID.4와 폴스타 2 등도 전기차 전액 보조금 지급 한도 차량 가격인 5500만원에 맞추기 위해 차량 가격을 5490만원으로 내렸다.

현재 출시한 차량들 뿐 아니라 앞으로 나올 전기차들도 올해 보조금 정책에 맞춰 가격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GM한국사업장은 전기차 이쿼녹스 EV를 출시할 계획이다. 아직 국내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국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가격을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스타보 콜로시 GM 부사장은 간담회를 통해 “이쿼녹스 EV 가격대는 현재 검토 중인 상황”이라며 “전기차 가격은 정부 보조금 때문에 국가마다 차이가 크다. 한국 판매 가격이 미국과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중저가형 수입 전기차 중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볼보 EX30의 경우 경쟁력 있는 가격대로 테슬라 자리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EX30 가격은 보조금 포함 시 4000만원대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EX30 공개 행사에서 판매 목표를 2000대라고 소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전기차 선두기업이자 혁신적인 이미지로 국내에서 성공했지만, 결국 가격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판매에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며 “그동안 테슬라는 국내에서 높은 보조금을 통해 경쟁력이 있었지만, 올해는 보조금이 급감해 다른 기업들에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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