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안 변경 시 인허가 절차 다시…2026년 완공 어려울 듯
층수 변경으로 인한 인센티브·공공기여 조정도 과제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기존 105층에서 55층으로 줄이는 설계 변경에 나서면서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설계안 변경 시 인허가 절차 등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만큼 완공 시기는 2026년 말에서 더 밀릴 가능성이 높다. 건물이 낮아지면 서울시와 약속했던 공공기여금 1조7400억원을 납부해야 하는 명분이 달라진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GBC 개발계획 변경 제안서를 이달 초 서울시에 제출했다. 변경안엔 55층 타워 2개 동과 6~10층 4개 동을 짓는 내용이 담겼다. 55층 타워 2개 동엔 업무시설, 호텔, 전망대 등이, 6~10층 4개 동엔 컨벤션센터 등 문화·집회 시설이 들어갈 예정이다.

GBC는 현대차가 옛 한전 부지(서울 강남구 삼성동 167번지)에 통합사옥을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당초 105층 규모 메인타워 1개 동과 중층 1개 동, 저층부 3개 동 등 5개 동을 조성할 계획었다. 메인타워는 높이가 569m로 롯데월드타워보다 14m 높아 주목을 받았다. 내부엔 호텔·업무시설, 국제회의가 가능한 컨벤션센터, 자동차테마파크, 관광시설(한류체험 공간 등), 대형 쇼핑몰 등이 계획됐다. 2020년부터 착공에 들어갔으나 2021년부터 층수를 낮추는 설계 변경 검토가 이뤄졌다.

서울 삼성동 현대차 GBC 부지와 잠실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삼성동 현대차 GBC 부지와 잠실 전경 /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가 GBC 높이를 대폭 변경한 건 비용 절감과 실용성을 위해서다. 당초 GBC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건축비는 3조7000억원으로 예상됐다. 건설업계에선 설계를 변경하면 공사비를 최대 2조원 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빌딩이 높을수록 하부 구조를 튼튼히 하는 보강 작업 등 때문에 부담이 급증하고 바람의 하중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수 설계도 필요하다”며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1채가 50~70층 2채보다 건설 비용이 2배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층수를 낮추면 비용 절감은 물론 공기를 대폭 줄일 수 있고 외부 투자자 유치에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롯데그룹이 서울 송파구에 555.6m 높이의 123층 규모로 지은 국내 최고층 건물 ‘롯데월드타워’는 4조2000억원이 투입됐다. 이 중 건축비는 3조8000억원에 달한다. 2010년 11월 착공해 2017년 2월 9일 서울시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기까지 6년 3개월 가량 소요됐다. 1987년 사업지가 선정된 것을 감안하면 완공까지 30년이 걸린 셈이다.

또한 층수를 낮추면 현대차가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와 약속했던 공공기여금 1조7400억원을 내야 하는 명분도 약해진다. 공공기여금은 GBC 설립 과정에서 토지 용도변경이나 용적률을 완화해주는 조건으로 지자체에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차는 절감한 비용으로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미래사업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 서울시와의 협상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GBC 건축계획안은 서울시 사전협상 제도를 통해 마련됐다. 사전협상은 민간 사업자가 5000㎡ 이상 용지를 개발할 때 서울시와 미리 협의하는 제도다. 용도지역이나 용적률을 올려주는 등의 혜택을 준다. 민간 사업자는 사업성을 높이고 서울시는 개발 이익 일부를 공공기여로 받아 지역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

기존 105층 높이의 현대차 GBC 조감도 / 자료=서울시

서울시는 당초 현대차로부터 공공기여금을 받아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을 비롯해 GBC 인근 도로 개선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었다. 개발과정에서 토지 용도변경이나 용적률 완화 방안을 더해주는 조건으로 지자체가 걷는 비용이었던 만큼 달라진 여건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설계안 변경 시 인허가 절차 등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당초 GBC를 초고층으로 짓는 대신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한 만큼 다시 협상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건물 높이 외에 구조 등 다른 설계가 변경될 경우 교통·환경영향평가도 다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GBC 현장은 현재 건설 초기 단계인 흙막이 공사를 마무리하고 흙 파기 공사를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의 공정률(완성공사액/기본도급액)은 4.9%, 현대엔지니어링의 공정률은 4.6% 수준이다. 당초 2026년 12월로 계획된 완공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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