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만성질환 치료제는 단기처방 필요, 파업 영향권···수술과 입원 환자 감소로 변화 시작
준종병 제네릭 영업도 관심, 전체적 감소 예상···일각은 기존 처방 흐름 변동 여부 주목  
종병 비중 높은 제약사는 직접 타격 전망···의원 영업 주력사는 총파업 대비, “의사 만나기 어렵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가 최근 진행 중인 전공의 진료 중단 사태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영향은 적지만 향후 장기화할 경우 종합병원 납품에 주력하는 제약사 매출 변동 추이가 주목된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 파업이 늘고 있는 추세로 파악돼 심각한 분위기다. 복지부 집계 결과, 전날 밤 10시 기준 94개 병원 소속 전공의의 78.5%인 889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제출 후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69.4%인 7863명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집계는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8024명이 이탈했다는 복지부의 21일 밤 수치에 비해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전날 집계는 100곳 병원 중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한 6곳을 제외한 것이어서 실제로는 전공의 사직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여기에 다음 주부터병원에 남아있던 일부 고연차 전공의들도 사직할 것이라는 관측이 돌고 있어 환자들 피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이같은 전공의 진료 중단 사태는 병원에서 간호사와 의대 교수, 전임의들 업무 과부하로 이어지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병원 외부의 경우 소요 의약품을 공급하는 제약사들이 영향권에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전공의 파업이 지난 20일 시작됐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당장 피부로 느끼는 영향은 적은 편이다. 하지만 파업 규모가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다음 주에 접어들면 점차적으로 영향권에 진입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복용 기간이 수개월로 파악되는 약제의 경우 환자별로 비축해 놓은 의약품이 있기 때문에 당장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반면 단기 처방을 하는 대부분 의약품은 파업 여파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업계는 우려한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우리가 흔히 아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 치료제의 경우 3개월 또는 6개월을 기준으로 처방을 받고 의약품을 수령하는 경우가 상당수여서 파업 여파를 덜 받는다”라며 “만성질환을 제외한 질환은 단기처방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공의 진료 중단 사태 영향권에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사흘째인 22일 서울 시내 한 공공병원에 의료연대본부가 작성한 필수·지역·공공의료 확대 촉구 성명서가 걸려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사흘째인 22일 서울 시내 한 공공병원에 의료연대본부가 작성한 필수·지역·공공의료 확대 촉구 성명서가 걸려 있다. / 사진=연합뉴스

병원 규모별로 분석하면 그동안 전공의가 근무해왔던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 준종합병원을 상대로 영업에 주력하는 제약사들은 여파가 예상된다. 특히 ‘빅5’로 불리우는 대형병원에 납품 비중이 높은 제약사들은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예상되면서 영향 여부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수술과 입원 환자 숫자가 이미 감소한 상황에서 이같은 흐름이 향후지속되면 전문의약품 매출에 직접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업체 사정과 품목군에 따라 다르지만 비중이 높은 주변 제약사들이 내부적으로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제네릭(복제약) 영업이다. 지난해부터 각종 오리지널 품목 특허 만료에 따라 제네릭 영업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던 와중에 발생한 전공의 파업이 각 업체 매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상이 힘들게 됐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어느 품목군이든 제네릭 판매 추세가 유지돼왔는데 환자와 남은 의사들이 경황이 없는 의료대란 와중에 기존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제네릭 비중이 높은 준종합병원에서는 그동안 구축해놓은 의사들과 관계로 영업이 양극화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전체적으로는 제네릭 처방 물량이 감소하지만 의료대란 진행으로 인해 영업실적의 부익부빈익빈 가능성도 전망 가능한 설명이다. 

반면 의원 영업에 치중하는 제약사들은 다소 나은 상황으로 파악된다. 단, 해당 제약사들은 향후 개원의까지 참여하는 의료계 총파업 돌입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상황이다. 향후 어떻게 의료대란이 진행될지 예상이 어려운 현실에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내용은 의사를 만나기 어렵다는 점으로 파악된다. 출근을 거부하고 진료를 중단한 전공의 업무 공백을 의대 교수들도 메우는 비상 상황에서 접촉 자체가 쉽지 않고 본격 영업은 더욱 어렵게 됐다는 전언이다. 

제약사 영업사원 D씨는 “당직까지 떠맡게 된 의대 교수에게 적극적으로 우리 제품 영업을 하기 쉽지 않다”라며 “각종 학회가 개최하는 심포지엄이나 제품 설명회도 참석자 부족으로 연기를 검토하는 상황으로 파악돼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결국 준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서 전공의 업무 공백을 의대 교수 등이 메우는 상황에서 제약사들 정상 영업이 어려움을 겪는 현실로 요약된다. 최근 제기되는 파업 장기화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종병 매출 비중이 높은 제약사는 직접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이번 파업으로 환자들이 제일 고통 받고 있지만 다른 보건의료계 구성원들도 불편이 적지 않다”며 “전공의들이 조속히 현장에 돌아와 최악의 상황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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