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 관련 입찰 답합
‘2년→1년’ 재처분에도 소송해 연달아 패소

충북 충주시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 사진=현대엘리베이터
충북 충주시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 사진=현대엘리베이터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지하철 승강장 스크린도어(Platform Screen Door, PSD) 유지보수 관련 입찰 담합을 주도한 현대엘리베이터에게 1년간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을 제한한 처분이 적법한지 가리는 행정소송이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회사는 1, 2심에서 모두 패소한 상태로,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가처분으로 정지된 입찰제한 효력이 회복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낸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패소 판결에 불복해 지난 20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 사건은 공사의 2년 입찰제한 처분이 과도해 위법하다는 선행판결이 확정(2022년 5월4일)되고, 제재 기간이 1년으로 감축되는 재처분(2022년 12월6일)이 있음에도 회사가 ‘행정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하며 제기한 2차 소송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2019년 6월 현대엘리베이터가 ㈜삼중테크와 2015~2016년 서울, 대구, 광주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유지 보수 관련 6건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낙찰사와 투찰 가격을 합의하고 실제 4건의 입찰을 낙찰받았다며 제재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또 ㈜삼송 및 협력사였던 ㈜동진제어기술, ㈜동화, ㈜아트웨어에게 각각 형식적 입찰 참여 요청을 통해 2012~2014년 서울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 관련 10건의 입찰에서 사전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공사는 2021년 4월1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31조 등에 따른 부당공동행위를 이유로 현대엘리베이터에 2023년 3월31일까지 ‘2년’ 동안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내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 사건 입찰 담합으로 2020년 9월8일 벌금 4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 이 형사처분은 같은 달 24일 확정됐다.

그러나 회사는 2년의 제재 처분이 과도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제재 최장기간에 해당하는 2년은 회사에게 너무 가혹해 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봤다.

이 판결이 확정되자 공사는 지난 2022년 12월25일 입찰 제한 기간을 2년에서 1년(357일)으로 감경하는 재처분을 했다. 이에 현대엘리베이터는 1년의 제재 처분 역시 과도하다며 이번 2차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어진 소송에서 회사는 모두 패소했다. 2년에서 1년으로 감축된 제재 처분은 회사의 사익과 제재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을 비교할 때 과도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업계 1위로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에 있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중소사업자들을 들러리로 내세우고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등 경쟁 입찰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이 같은 행위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부정당업자의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취지를 “공정한 입찰과 계약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해 일정 기간 입찰참가자격을 배제함으로써 공사가 입게 될 불이익을 미연에 방지하고 나아가 시장경제질서를 유지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며 “이 사건 담합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실질적인 경쟁 없이 원고 회사가 설계한 담합 구조로 낙찰될 수밖에 없도록 함으로써 공중이 이용하는 지하철 안전 환경에 직결되는 승강장 안전문의 품질 저하를 초래한다”라고 지적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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