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본 여행 호황기에 항공사 실적 대폭 개선
일본 여행 특수 올 상반기에는 끝날 듯···신규 먹거리 발굴 나서
인도네시아 노선 관심 집중···인기 여행지에 수익성도 높아 노선 확보 총력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작년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여행이 급증하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일본 여행 특수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일본 여행객 감소 및 공급 과잉 등을 우려해 새로운 노선을 찾아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LCC 업계 대부분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실적을 발표한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경우 각각 1조7240억원, 1조2772억원, 8904억원, 3109억원 등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티웨이항공도 올해 1조3000억원 매출을 넘기며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엔데믹에 따른 해외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데다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아 이전 대비 높은 수준의 항공권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노선이 빠른 속도로 회복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노선 여행객은 1938만명으로 전체 국제선 이용객(6831만명)의 약 28%를 차지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1886만명)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며, 코로나19 이전 최대 여행객을 기록했던 2018년(2135만명)과 비교해도 약 90% 수준이다.

일본 노선의 경우 기존에도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여행지인데다, 지난해 엔저 현상까지 이어지면서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일본 여행 특수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LCC 관계자는 “올 3월 이후부터는 일본 여행객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상반기가 지나면 평소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특히 LCC가 전부 일본 여행으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경쟁이 치열해져, 항공권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도 덩달아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인도네시아 노선에 이목집중

이에 LCC들은 저마다 새로운 노선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노선은 인도네시아다. 우리 정부와 인도네시아는 최근 항공회담을 통해 양국 하늘길을 넓히는데 합의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10개국 중 항공 자유화 협정이 맺어지지 않은 유일한 국가로 국제선 운항이 주 23회로 제한돼 왔다.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은 지방 공항간 운항을 자유화하기로 했다. 한국 김해·대구·청주·제주·무안·양양공항과 인도네시아 바탐·마나도·롬복·족자카르타·발릭파판·케르타자티공항 간에는 운수권 없이도 항공사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또한 인천~바탐·마나도와 지방공항~자카르타·발리 노선을 각각 주 7회씩 추가 운항하기로 했다.

발리 섬 남부에 위치한 쿠타 해변. / 사진=연합뉴스
발리 섬 남부에 위치한 쿠타 해변. / 사진=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노선의 경우 기존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취항했음에도 불구하고 연 90만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여행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엔 88만명이 이용하며 하와이(58만명), 사이판(56만명)보다 여행객이 많았다.

또한 최근 국내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면서, 해외 출장 등 상용 수요도 기대가 큰 노선으로 꼽힌다.

국내 LCC 중 인도네시아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제주항공이다. 앞서 제주항공은 마나도와 바텀에 전세기를 운항했으며, 지난해엔 현지 국영기업 ‘인도네시아 제1공항공사’와도 협력사업 발굴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앞으로 신규 기재로 전환이 이뤄지는 만큼 인도네시아와 같은 중거리 노선도 안정적인 운항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해당 노선에 진입해 항공권 가격을 낮추고 소비자 이익 증진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이뤄질 경우 현 상황에선 해당 노선이 사실상 독점이 되기 때문에, 제주항공을 비롯해 양사 계열사가 아닌 곳에 운수권이 배분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스타항공도 청주공항발 인도네시아 노선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청주 공항발 여러 국제선 노선을 취항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현재 중거리 취항이 가능한 B737-8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발리 노선을 비롯해 여러 노선 취항을 준비 중이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부산시가 인도네시아 직항 노선 개설을 위해 적극 나서기로 한 가운데 에어부산을 비롯해 여러 LCC들이 김해공항발 인도네시아 노선 취항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부산시는 김해공항발 자카르타·발리 노선 운수권 배분을 국토부에 적극 요청하고, 신규 노선이 개설될 수 있도록 항공사와 협력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에어부산이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부산의 경우 ‘A321-200 네오’를 비롯해 중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항공기를 보유 중인 상황이다.

이 밖에 티웨이항공은 올해 일본과 동남아 외에도 유럽 크로아티아를 비롯해 최근 운수권을 확보한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다. 또한 캐나다 벤쿠버 노선도 취항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오는 5월에 샌프란시스코 노선에 취항하며 미주 노선을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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