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스팩 19호 상장폐지에 이어 NH스팩20호도 합병무산에 상장폐지 위기
성공사례 없는 초대형스팩 회의론 확산···하나금융스팩25호가 반전 이끌까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지난 2021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한 초대형스팩 NH스팩20호와 골프시뮬레이터 전문기업 크리에이츠와 합병계획이 무산되면서 초대형스팩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5월 유가증권시장에 초대형스팩 NH스팩19호를 상장시킨 데 이어 그해 10월 코스닥에 초대형스팩 NH스팩20호를 상장했다. 하지만 NH스팩19호는 합병대상을 찾지 못한 채 올해 초 상장폐지됐고 NH스팩20호도 상장폐지가 유력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초대형스팩을 상장하자 국내 대형증권사들 역시 경쟁적으로 초대형스팩을 상장시켰다. 하지만 현재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초대형스팩은 2차전지 업체 피아이이(PIE)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하나금융스팩25호뿐이다.

◇ NH스팩19호에 이어 20호도 상폐위기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스팩20호와 합병을 추진하던 NH스팩20호와 크리에이츠는 전날 합병철회 사실을 공시했다.

크리에이츠는 철회신고서를 통해 “최근 NH스팩20호의 주가흐름 및 제반 주식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양사 상호 합의하에 합병 계약을 해제함에 따라 합병 절차를 더 이상 이행할 수 없어 합병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NH스팩20호는 지난 2021년 10월 공모금액 400억원 규모로 상장했다. 지난 2021년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공모금액 960억원의 NH스팩19호와 더불어 NH투자증권의 초대형스팩 ‘원투펀치’였다.

NH스팩20호는 지난해 8월 크리에이츠와 합병 추진을 공시하며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지난 12월 4일 상장심사승인을 받았고 이후 합병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크리에이츠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당시 크리에이츠의 기업가치는 약 4100억원이었고 NH스팩20호와 합병비율은 1 대 0.34443474이었다.

그치지 않는 고평가 논란에 크리에이츠 기업가치는 지난 1월 3900억원으로 조정됐다가 다시 3600억원으로 재조정됐다. 크리에이츠와 NH스팩20호의 합병비율 역시 1 대 0.3657949로 변경되었다가 다시 1 대 0.4005468로 바뀌었다.

그러나 연매출 5000억원대를 내는 골프존의 시가총액이 5000억원 수준인 상황에서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563억원, 영업이익 70억원인 크리에이츠의 기업가치가 3600억원대로 산정된 것을 투자자들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합병은 특별결의 사안이라 전체 발행주식수 3분의 1 이상, 주주총회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합병에 반대의사를 밝힌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합병에 제시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1만580원으로 NH스팩20호 주가보다 높았기에 반대표가 쏟아졌다.

NH스팩20호는 이번 합병철회 결정에 따라 사실상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스팩은 상장 후 3년 동안 합병기업을 찾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합병절차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상장 후 2년 6개월 안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NH스팩20호가 올해 4월까지 한국거래소에 합병상장예비심사를 제출하지 못한다면 앞서 NH스팩19호처럼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 하나금융스팩25호, 고평가 논란 극복할까

앞서 2010년 이후 11년 만인 지난 2011년 NH투자증권이 NH스팩19호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초대형스팩이 다시 상장되기 시작했다.

2022년 10월에는 공모금액 400억원에 달하는 하나금융25호스팩과 300억원의 삼성스팩7호가 상장했다. 2023년 3월에는 삼성스팩8호(400억원)와 미래에셋드림스팩1호(700억원)가 상장했다. 지난해 6월에는 NH스팩29호(255억원)가 상장했고 10월과 11월에는 신한제11호스팩(360억원)과 KB제27호스팩(250억원)이 상장했다.

하지만 NH스팩19호와 NH스팩20호의 연이은 실패를 계기로 시장의 분위기는 한층 냉랭해졌다는 평가다. 초대형스팩에 대한 회의론을 잠재우려면 한 번이라도 성공사례가 나와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유일한 초대형스팩은 하나금융25호스팩이 유일하다. 하나금융25호스팩은 피아이이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25호스팩과 피아이이의 합병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하나금융25호스팩은 지난해 5월 24일 피아이이와 합병에 대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는데 고평가 논란에 아직 합병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25호스팩은 지난해 12월 14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심사 승인을 받았고 피아이이가 이달 15일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합병상장 관련 일정을 확정했다.

피아이이는 3월 28일부터 4월 11일까지 합병반대 의사통지를 접수하고 4월 1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합병안건이 가결된다면 신주 상장예정일은 6월 10일이다.

피아이이 역시 합병 성공을 위해 기업가치를 연달아 낮추고 있다. 피아이이 상장 이후 시가총액은 최초 4888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4485억원, 지난해 11월 4107억원으로 낮췄다가 현재 3760억원까지 조정한 상태다. 합병비율 역시 1대 0.7386615에서 1대 0.9970090까지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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