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9275명 사직서 제출, 전날比 459명↑···8024명 근무지 이탈, 211명 증가
간호사에 전공의 업무 대체 지시···현재 진료보조는 불법, 향후 책임 전가 가능성도
진료 거부 공백을 간호사가 채우는 것은 부당 지적···의대 교수들도 당직 수행 등 분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진료를 중단한 전공의 업무를 간호사와 의대 교수들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간호사들은 과거 코로나19 유행 때보다 더 힘든 상황이어서 향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토로도 제기된다.  

22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진료를 중단한 전공의 숫자가 늘며 의료대란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실제 복지부의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전날 밤 10시 기준 소속 전공의의 74.4% 수준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 20일 같은 시간 대비 459명이 늘었다. 전공의의 64.4%인 8024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돼 20일에 비해 211명 증가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현장점검을 통해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6038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5230명을 제외한 808명에게 개시명령을 발령한 상태다. 

문제는 전공의들이 출근을 거부하고 진료를 중단함에 따라 환자 진료를 포함한 기존 업무를 누군가가 대신 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초 예정됐던 수술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입원이나 외래진료를 축소하더라도 그동안 전공의들이 수행해왔던 업무 중 일부를 진행해야 하는데 현재는 간호사들이 상당수 맡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 병원이 간호부에 공유한 업무 조정안. / 사진=간호계 관계자
한 병원이 간호부에 공유한 업무 조정안. / 사진=간호계 관계자

전공의 업무 대체에 투입된 인력은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로 파악된다. PA 간호사는 의사 진료를 보조하는 전담간호사로 이해하면 된다. 하지만 현재는 PA 간호사가 아닌 일반 간호사도 진료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익명을 요청한 간호계 관계자 A씨는 “당초 의사와 간호사 업무가 명확하게 구분이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대란에 따른 의사 부족으로 간호사에게 업무 지시가 내려오고 있다”며 “PA와 일반 구분 없이 간호사들이 전공의 일부 업무를 대신 진행한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간호사 업무가 늘어도 결국 수가는 의사와 병원이 가져간다”며 “일선 간호사들은 과거 코로나 확산 시에 비해 더욱 힘든 상황이고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가중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토로했다. 수도권 소재 모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B씨는 “남자 환자 관련 일부 업무는 본래 인턴 담당이지만 최근 남자 간호사 근무표를 공유해 전공의 파업에 따른 업무 공백을 간호사로 메우게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 확산 시에는 국민 건강을 수호한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업무 과중을 버텼지만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 진료를 거부한 공백을 간호사들이 채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간호계에 따르면 현재 간호사들이 투입된 업무는 과거 전공의들이 수행했던 드레싱과 침습적 검사, 마취제 투여 등 적지 않은 범위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업무도 많으며 환자 진료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잡무도 있다는 주장이다.

한 병원이 간호부에 공유한 업무 조정안. / 사진=간호계 관계자
한 병원이 간호부에 공유한 업무 조정안. / 사진=간호계 관계자

현재 간호사들이 전공의 업무를 대신 진행하는 것을 법률적 차원에서 분석할 필요도 있다. 우선 간호사들이 환자 진료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사례가 파업 종료 후에는 위법 소지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가 PA 합법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뒤집어 보면 현재 시점에서는 불법이라는 방증이다. 의료대란이 진행되는 와중에 복지부도 검토할 여유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혹시라도 의료대란이 장기화돼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간호사에게 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법률적 차원의 문제는 의료 현장에서 열심히 근무하는 간호사들 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사안으로 분류된다.

전공의 공백에 따라 의대 교수들 업무 과중도 유사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전공의들이 주로 진행했던 당직 등 일부 업무를 의대 교수들도 떠맡은 상황이다.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최근 종합병원을 방문하면 전공의 대신 의대 교수들이 당직을 맡았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는 것이다. 모 제약사 영업사원 C씨는 “출입하던 종병을 방문했는데 평소 친분이 있던 의대 교수를 잠깐 만날 수 있었다”라며 “해당 교수는 당분간 업무시간 후에도 당직 등 일이 많아 분주한 상태라고 했다”고 전했다.     

결국 진료를 중단한 전공의 공백을 간호사들과 의대 교수들이 대신 진행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업무 대체도 간호사들 체력이 가능한 시점까지만 예상돼 향후 최악의 상황 도래를 막기 위해선 전공의들이 어떤 식이든 복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자단체 관계자 D씨는 “최근 의료대란 상황은 종병 한 군데만 방문해도 알 수 있을 정도”라며 “정부는 환자들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인식해야 하고 전공의들도 일단 진료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