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사추위, 이르면 23일 최종 사장 후보 선정
경험 많은 '내부 인사' 방경만 수석부사장 주목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KT&G 사장 후보 결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KT&G는 2002년 민영화 이후 내부 인사가 사장을 맡아왔다. 현재로서 KT&G는 차기 사장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한 가운데 이번에도 KT&G가 내부에 힘을 실어줄지 관심이 모인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차기 사장 후보 2차 숏리스트 4명을 확정했다. 사추위는 이르면 오는 23일 4명 후보 중 1명을 최종 사장 후보로 선정한다. 최종 후보는 3월 말 정기주주총회서 사장으로 선임된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사장 후보 2차 숏리스트로 4명을 추렸다. 왼쪽부터 권계현 전 삼성전자 부사장,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이석주 전 AK홀딩스 사장, 허철호 KGC인삼공사 사장. / 사진=KT&G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사장 후보 2차 숏리스트로 4명을 추렸다. 왼쪽부터 권계현 전 삼성전자 부사장,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이석주 전 AK홀딩스 사장, 허철호 KGC인삼공사 사장. / 사진=KT&G

KT&G 사추위가 발표한 차기 사장 후보 4명은 내외부 각각 2명씩이다. 내부에선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허철호 KGC인삼공사 사장이, 외부에는 권계현 전 삼성전자 부사장, 이석주 전 AK홀딩스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업계 안팎에선 KT&G의 인사 결정에 관심이 모인다. KT&G 해외사업을 이끌기 위해선 내부 인사가 필연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동시에 일각에선 KT&G 사장 선임 절차 투명성을 지적하며 외부 인사 발탁을 요구하고 있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KT&G 이사회 전문성을 지적하며 ‘외부 인사 사장 후보’를 밀고 있다. FCP는 국민연금에 서한을 보내 KT&G 대표 선임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촉구했다. 또 KT&G 사외이사의 전문성·독립성 부족을 지적하면서 이상현 FCP 대표를 직접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FCP는 KT&G 사외이사의 외유성 출장 의혹, 미국 정부 장기예치금 등을 문제삼았다. 지난해 주총 표 대결서 패배했지만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한 데 이어 이번 사장 후보로도 지원했다. 그러나 차 전 부회장이 1차 숏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자, FCP 측은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한 투명성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KT&G는 이사회의 전문성과 투명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역량지표(BSM)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각 이사들의 업무 역량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선 KT&G의 핵심인 담배와 인삼 산업 특수성을 고려해 내부 출신 전문가가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행동주의 사모펀드에 대응하기 위해선 내부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가 위기 대응, 사업 연속성 등 여러 방면에서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포스코가 최근 내부 인사에 무게를 둔 것도 KT&G 내부 인사 선정에 힘이 실린다. KT&G와 포스코는 민영화를 거쳐 오너 대주주가 없는 대표적인 ‘소유 분산 기업’으로 꼽힌다. 앞서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7~8일 파이널리스트 6명에 대한 심층 면접을 진행하고 임시이사회 결의를 통해 차기 회장 후보로 장 전 사장을 확정했다. 당시 포스코 안팎에선 외부 인사가 최종 후보로 거론됐지만, 포스코 철강 사업 비중이 큰 것을 고려해 내부 인사로 선정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업계는 KT&G 새 수장으로 방 수석부사장을 주목하고 있다. 방 수석부사장은 1998년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에 입사하고 비서실장, 마케팅본부 브랜드실장을 거쳐 KT&G 핵심 요직인 사업부문장 겸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다. 현재 그는 총괄부문장으로 백복인 사장과 함께 이사회 사내이사다.

방 수석부사장은 글로벌전문가, 전략기획통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글로벌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에쎄(ESSE)’를 현지 시장 특성에 맞게 출시하며 글로벌 확장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2015년 8077억원이었던 KT&G 해외궐련 매출은 2020년 9862억원으로 5년 새 22.1% 증가했다.

차기 사장은 앞으로 KT&G 영업이익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아, 방 수석부사장이 새수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KT&G는 지난해 매출 5조8724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1보1679억원으로 7.9% 감소했다. 이는 백 사장 임기 초창기인 2016년(1조4688억원)과 비교하면 영업익은 3000억원 넘게 축소된 셈이다.

방 수석부사장이 2020년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재직할 때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KT&G의 중장기 전략 및 주주환원정책 수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 수석부사장 주도로 핵심 사업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인베스터데이, 주주환원정책을 제시하는 벨류데이 등도 개최됐다.

무엇보다 방 수석부사장은 KT&G에서만 재직한 경험이 있고, ESG위원회 유일한 사내이사다. ESG위원회는 지난 2022년 새롭게 신설된 조직으로, 이사회 내 중장기 전략 방향성을 검토하고 주요 과제를 관리·감독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다. 방 수석부사장은 KT&G가 추진 중인 3대 핵심사업(NGP·해외궐련·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명철 사장후보추천위원장은 “사추위는 전체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미래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원칙하에 심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KT&G를 한 차원 더 높은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이끌 리더십을 갖춘 최적의 적임자를 선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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