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부양 의지 높일 채찍과 같은 적극적인 정책도 필요
문제 본질은 기업지배 구조, 변화 위한 정책도 나와야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검색어로 시간을 끝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2000년 초반에 한 기사가 나온다. 당시 기사를 인용하면 한 미국 애널리스트는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한국 기업은 같은 실적을 내는 미국 기업보다 주가가 낮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증후군에 걸려있다”라고 한국증시를 설명했다.

이로부터 24년이 지났음에도 한국증시는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지난해 5월 기준 1배로 주요국 증시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PBR이 4.2배인 미국 증시와 큰 격차를 보였고 ‘잃어버린 30년’의 일본 증시(1.4배)보다도 낮았다.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도 중국(1.4배), 브라질(1.5배), 대만(2.2배), 인도(3.2배) 아래에 있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청산가치를 의미하는 투자 지표다. PBR이 1배를 밑돌 때 저PBR로 분류되는데 이는 시가총액이 기업의 순자산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해당 시가총액으로 기업을 사들여 당장 청산하더라도 이익이 될 만큼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증시에는 약 1100개의 상장사가 저PBR주인데 전체 상장사의 4분의 1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기업의 주주환원과 밸류업 노력을 촉진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이 내주 발표될 예정인데, 이미 저PBR주 중에서는 주가가 급등한 사례들이 다수 존재한다. 더구나 자사주 소각과 같은 적극적인 환원책을 꺼내 드는 상장사도 늘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밸류업 정책과 관련해선 당근뿐만 아니라 채찍도 필요하다고 짚는다. 현재 당근책으로 주로 언급되는 것이 주주환원 시 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참여율이 떨어지는 상장사에 페널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비슷한 정책을 시행한 일본에선 상장사가 특정 기간 저평가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최대 상장폐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선 본질적인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주환원율이 낮은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표상에 불과하며 본질적인 문제는 지배구조에 있다고 봤다. 전체 주주가 아닌 지배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업의 의사결정이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 기업이 총수 일가 지원을 위해 헐값으로 계열사에 제품을 납품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결국 이번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빛을 발하려면 빈 곳을 채울 추가적인 방안들이 제시돼야 한다. 정부가 벤치마킹하는 일본의 상장사 밸류업 성공 사례는 수년 전부터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과 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엔 디스카운트가 만연한 ‘국장(국내 주식시장)을 왜 하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가파르게 상승했던 지난해부터 이 같은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선 이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될 것이다. 이번 정책을 시작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검색되는 결괏값이 올해로 끝이 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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