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5% 유지···9회 연속 동결
“물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 아직 이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9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단행했다.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목표 수준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데다 가계부채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2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고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 그리고 올해 1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여덟 차례 연속 동결한 데 이어 이번까지 9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금통위의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한은의 목표 수준(2.0%)을 웃돌고 있다는 점과 함께 아직 꺾이지 않은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세계경제는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지만 목표 수준으로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금통위의 시각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약화 등으로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미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유가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파급효과,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내경제에 대해서는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고 진단했다. 고용은 견조한 취업자 수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 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더디고 건설투자가 부진하겠지만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 성장률은 2.1%로 지난해 11월 전망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요국 통화정책의 영향, IT경기 개선 속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영향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1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개인서비스 및 가공식품 가격 상승폭 축소 등으로 2.8%로 낮아졌으며 근원인플레이션(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2.5%로 둔화됐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0%로 낮아졌다.

금통위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일시적으로 소폭 높아졌다가 이후 다시 완만히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 상승률은 지난 11월 전망에 부합하는 2.6%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향후 물가 경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 국제유가 및 농산물 가격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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