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서 블루오션 꼽히는 교모세포종 치료제 시장
마땅한 치료제 없고, BBB로 면역항암제 효과낮아
HLB테라퓨틱스·알지노믹스·네오이뮨텍 개발 속도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최악의 뇌종양'이라 불리는 교모세포종의 치료제 개발 임상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고,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도 높지 않아 교모세포종 치료제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HLB테라퓨틱스, 알지노믹스, 네오이뮨텍 등이 미충족 수요가 높은 교모세포종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교모세포종은 뇌종양의 일종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악성 종양이다. 다만 치료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최악의 뇌종양’이라고 불린다. 종양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고 주변 조직으로의 침범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악성교모세포종은 5년 생존율이 3% 미만에 그치는 등 예후도 좋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치료 선택지는 많지 않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교모세포종 치료제는 로슈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과 머크의 화학치료제 ‘테모달’(성분명 테모졸로마이드)이다. 새로운 치료제가 10년이 넘도록 등장하지 않았다. 교모세포종 치료에는 주로 화학·방사선 요법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항암제도 교모세포종에는 효과가 크지 않다. 면역항암제는 최근 다양한 암종으로 적응증을 확대해가고 있으며, 병용투여 등을 통해 치료효과를 높이고 암의 생존율 개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뇌혈관장벽(BBB) 통과의 어려움으로 인해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에서는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교모세포종은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절실한 분야다. 신약 개발 업계에서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교모세포종은 의학적 미충족 수요는 크지만, 약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FDA의 패스트트랙 지정 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유인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도 교모세포종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HLB테라퓨틱스는 올해 상반기 중 교모세포종 치료제 OKN-007의 임상 2상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KN-007은 HLB테라퓨틱스가 미국 자회사 오블라토를 통해 개발 중이다. HLB 관계자는 “현재 임상 2상 결과를 추적관찰 중으로, 올해 6월경에는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있다”고 밝혔다.  

HLB테라퓨틱스는 지난해 OKN-007의 임상 2상에서 완전관해(CR)가 확인됐다는 중간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발표한 중간결과에 따르면, 재발성 교모세포종 환자 56명을 대상으로 표준치료제인 테모달과 OKN-007을 병용 투여한 결과 6개월 동안 생존한 환자 비율은 75.8%였다. 전체생존기간(OS)의 중앙값은 9.3개월로 나타났다. 교모세포종과 관련한 다른 화학요법의 임상 결과와 비교하면 25% 이상 개선된 수치다. 

HLB관계자는 "교모세포종은 새로운 치료제가 10년 넘게 나오지 않은 분야로, 2상 결과가 성공적이면 여러 기술이전 제안을 받을 것으로 본다”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OKN-007은 암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종양미세환경을 개선한다.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낮추는 핵심 인자인 TGF-β와 저산소증 유발인자인 HIF-1α의 발생을 저해하는 기전이다. HIF-1α는 암쪽으로 미세혈관을 발생시켜 주변을 저산소 환경으로 만드는 데 관여한다. OKN-007는 저산소증 차단, 암세포 신생혈관 생성 억제 등 면역세포 환경을 개선한다. 

알지노믹스는 암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텔로머라아제(hTERT) RNA를 표적해 잘라내고, 원하는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RNA 교정 기술을 적용한 교모세포종 치료제 'RZ-001'을 개발 중이다.

알지노믹스의 RZ-001은 아데노바이러스로 리보핵산 치환효소를 전달해 텔로머라아제(hTERT) RNA를 타깃해 잘라내고, 자른 부위에 자살유도유전자를 발현케 해 암세포를 죽인다. 이후 면역세포인 T세포를 유도해 생체 내 면역작용까지 이끈다. 이 3가지 트리플 액션을 통해 효과적으로 암세포가 사멸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자료=각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각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RZ-001이 표적하는 텔로머라아제는 대부분의 암세포에서 발현된다. 알지노믹스는 다양한 암종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많은 암종을 집중적으로 탐색했다. 

RZ-001은 교모세포종 적응증으로 FDA에서 패스스트랙 승인을 받았다. 패스트트랙은 신약을 짧은 시간내에 개발할 수 있도록 FDA에서 개발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마련한 제도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되면 신속한 검토 및 승인을 받을 수 있다. RZ-001은 현재 임상 1상 준비를 마쳤으며, 조만간 투약을 개시할 계획이다. 

네오이뮨텍의 NT-I7은 교모세포종 관련 임상 두 가지를 진행 중이다. 재발 교모세포종을 대상으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요법으로 진행 중인 ‘NIT-120’ 임상 2상과 신규 교모세포종을 적응증으로 화학/방사선 요법과 병용하는 임상 1/2상 ‘NIT-107’이다. 

NT-I7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수와 면역기능을 강화한다. T세포 증폭으로 치료효과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네오이뮨텍 관계자는 “표준 치료인 화학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림프구 감소증이 발생한 경우 생존율 저하로도 이어진다"면서 "대표적인 림프구 중 하나인 T세포를 증폭시키는 NT-I7이 환자들의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NIT-120’ 임상 2상은 미국 4대 병원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메이요 클리닉이 주도하는 연구자 임상이다. ‘NIT-107’도 연구자 임상으로, 워싱턴 대학교 세인트 루이스 의과 대학 (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과 메이요 클리닉이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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