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2000명 확대 폭 재검토 거론···정부는 일단 강경, 박민수 “소통 생각” 
업무 개시 미준수 전공의 대상 면허정지 처분···의료계 자극 가능성, 총파업 확대도 예상   
전공의는 2000명 확대 백지화와 개시명령 폐지 요청···환자들 “진료만 해달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진료를 중단한 의료대란이 이틀째로 접어든 가운데 수술 연기나 취소로 환자 진료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전공의들을 복귀시킬 해법이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빅5’를 포함한 전국 대부분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후 전날부터 진료를 중단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전날 밤 10시 기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중 71.2%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전체 63.1%인 7813명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전공의 진료 중단으로 인한 직접 피해는 환자들이 경험하고 있다. 당장 예정됐던 수술이 연기되거나 취소돼 정신적 불안과 스트레스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복지부가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 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전날 오후 6시 기준 58건이다. 대부분 일방적 진료예약 취소와 무기한 수술 연기 등이다. 19일까지 피해 사례 34건을 합치면 92건으로 집계된다. 의료대란이 진행되며 환자나 가족들이 경황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사례는 공식 집계의 몇 배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공의 진료 중단이 시작된 지 이틀째인 21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에서 거동을 할 수 없는 한 환자가 수술 직후 병원 요청으로 퇴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진료 중단이 시작된 지 이틀째인 21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에서 거동을 할 수 없는 한 환자가 수술 직후 병원 요청으로 퇴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 진료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해결책 모색이 시급하다. 익명을 요청한 환자단체 관계자 A씨는 “지상파에서 정부 당국자와 의사가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토론하던데 본인 가족 수술이 연기돼 생명이 위독하면 한가한 말을 할 수 있느냐”며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는 해법을 신속하게 내놓지 않으면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사태가 도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선 이번 전공의 진료 중단 사태의 직접 원인인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해법 중 하나로 거론된다.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으며 의료 개혁 정책의 하나로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정원 확대는 시행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단, 정원 확대 폭은 정부가 조정 가능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의료계 관계자 B씨는 “진료 정상화가 시급한데 무엇보다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며 “전공의들이 진료에 복귀할 명분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재검토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일각에서는 2000명 정원 확대가 과도하다며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2000명 정원 확대는 최소한 확충 규모”라고 못 박았다.

단, 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날 다소 누그러진 발언을 한 것이 주목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2000명도 부족하다는 판단이지만 모든 어젠다를 협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소통할 생각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강경한 정부 입장을 대변해왔던 박 차관이 다소 변화가 감지되는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유화책과 반대로 사직서 제출 후 진료를 중단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원칙에 따라 의사 면허 정지 등 강경책을 진행하는 방안도 있다. 당초 전날 의료계에 확산됐던 업무개시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정부가 검찰 고발을 추진한다는 관측은 일단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박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 직원들이 병원을 찾아 전공의 진료 중단 여부를 확인한 후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 다음 날 다시 방문, 근무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단,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사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강행하면 집단 반발이 예상되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총파업으로 확대할 경우도 전망돼 복지부가 강경책을 진행할지 주목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1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보건복지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1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보건복지부

반면 현재 환자 진료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지만 전공의를 상대로 강경한 법 집행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이날 오후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대검찰청, 경찰청은 의료계 집단행동 대책회의를 열어 의료인 집단행동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만큼 주동자들에 대해 수사 역량을 총동원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의료시스템상 최일선에서 일하는 전공의를 앞세워 자금 지원 등 방법으로 집단 사직서 제출과 진료 거부를 부추기는 ‘배후 세력’을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능성은 낮지만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또는 업무개시명령을 받고 진료에 복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날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대전협은 전날 밤 공개된 성명서를 통해 정부에 ▲의대 정원 확대 전면 백지화와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대책 제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요청했다. 의료계 관계자 C씨는 “선배 의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공의 불만과 위기감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크다”며 “의협 비대위보다 먼저 나선 것이 빅5 병원 전공의 대표인 점은 여러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이밖에 시민단체들 고발도 전공의 진료 중단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에 의료법 위반과 협박, 강요 등 8개 혐의로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박단 대전협 회장을 고발했다. 진료를 중단한 빅5 병원 전공의들도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진료를 중단한 전공의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결국 진료를 중단한 전공의들을 병원에 복귀시켜 진료를 정상화시키는 방안은 크게 강경책과 유화책으로 구분되는 상황이다. 진료대란 와중에서 환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A씨는 “환자나 가족들은 하루하루가 힘든데 전공의 진료 중단이 최고 6개월까지 갈 수 있다는 무책임한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불법만 제외하고 파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방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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